[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사회심리학 정신분석학계의 거장 에리히 프롬의 국내 미발표작이다. 에리히 프롬이 1930년대부터 쓴 강연록 논문 저서의 글을 모은 책으로 에리히 프롬의 마지막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가 엮었다.
익명의 권위에 복종하는 현대인
현대인은 사회를 과거 그 어떤 시대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 변화에 개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려 노력했다.
동시에 예상치 못했던 부를 쌓았고, 그 부로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킬 정도의 가능성을 열었다. 인간이 지금처럼 이 정도로 물질세계의 주인이 됐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행복해 졌을까? 자신이 주체가 된 진짜 삶을 살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나는 진짜 나일까?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자존감이 사랑하고 생각하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자기 활동에서 나오는 대신 사회 경제적 역할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자신을 판매하는 것이다. 행복과 편안함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탄생시킨 세계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현대인은 그 세계에 비굴하고 무기력하게 복종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고유의 생각, 자신의 감정을 알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바로 그것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익명의 권위에 의지하며 외부의 기대에 따라 만들어진 자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무력감을 느낀다. 이 모든 발전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기쁨은 집중적 삶의 결과’
에리히 프롬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사회 분석에 사용한다. 오직 자기 스스로를 아는 것만이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람이 스스로의 자아와, 또 환경과 연결돼 있는 상태의 ‘진짜 삶’에 대해 명료하게 정의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경험할 때에만 진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실린 그의 대표적인 텍스트들은 인간이 자력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우리 현실을 이루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우리 안에 숨은 가능성 역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은 집중적 삶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 글들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진짜 삶에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자신을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자아를 잃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무력감이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밝힌다. 경험적 판단을 하지 않고 ‘보기’ 시작하고, 모든 것에 감탄하며, 자기 자신을 경험하고, 갈등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에리히 프롬이 제시하는 진짜 삶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30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탄생했지만 에리히 프롬의 일관된 논리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예견한 사회적 현상은 심화되기만 했을 뿐 해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심리적 역학에서 사회적 발전을 일찍부터 알아보았던 프롬의 현실성과 예리한 통찰, 업적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