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주요 투자국들이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과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규모 등의 요인에 더불어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체결,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등 최근 들어 베트남의 대외경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던 베트남에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 대한 FDI 유입은 2010년 이후부터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FDI는 2015년 한 해 동안 신규투자금액만 약 156억달러(17조3565억원), 추가투자는 72억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1월에만 해도 이미 127건, 10억1000만달러의 신규투자 허가, 3억2000만달러의 추가투자가 유입됐다. 신규투자 허가건수와 투자허가액은 2015년 1월 실적 대비 각각 189%, 158% 성장했다.
한국, 베트남에 동남아 투자 40% 집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국의 대(對)베트남 진출전략과 시사점’에 따르면 베트남의 주요 국가별 FDI는 현재 한국이 최대 투자국이며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과 경쟁하는 구도다. 한국기업은 베트남을 전략적인 생산기지로 채택하고 동남아 투자액의 40% 이상을 투자했다.
초기 한국의 투자는 섬유봉제업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지만 최근 삼성, LG 등 대기업 중심의 전기전자 업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전자부품과 금속제품, 부동산, 섬유봉제가 전체 누적투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느 정도 투자 다각화에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각화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한·아세안 FTA가 발효된 2007년부터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한 편이나 성격적인 부분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다국적기업의 투자건수는 전체의 5%에 불과한 반면 투자액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대기업에 의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 두산, LG, 포스코, CJ 등의 대규모 추가투자는 한편으로 베트남에 대한 한국계 중소기업의 투자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일본, 전용공단 및 정부 협의기구 운영
일본의 베트남 투자는 1990년대에는 노동집약산업 중심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기술·자본집약산업 중심으로 이동했다. 일본의 투자 확대는 베트남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기반 형성에 기여해왔다. 특히 2008년 발효된 ASEAN·일본 포괄적경제협력협정(AJCEP) 체결, 2009년 발효된 베트남-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 등 연이은 자유화조치를 통해서 베트남은 일본기업의 베트남 투자여건과 양자 간 경제협력 관계를 개선해왔다.
이외에도 베트남은 일본 전용공단을 조성·공급하면서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노력을 기울였다. 베트남 정부가 일본기업 유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는 일본기업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수요가 높고 진출 희망기업 다수가 부품·소재 산업 분야에 속해 있어 베트남 산업발전에 미치는 효과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투자와 관련해 발생하는 규제문제를 정부 및 민간단체가 베트남 정부와 함께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일본 정부가 베트남 정부를 꾸준히 설득한 결과로 이해된다. 베트남 내 전용공단으로 인해 일본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클러스터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집단적 FDI, 조인트 벤처의 활용, 라인가리(Line Gari)나 노키사키(Nokisaki)와 같은 신생 벤처기업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개별기업 중심 서비스업 투자
미국기업들은 1994년 경제제재 해제 이후부터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 베트남의 WTO 가입 후 본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베 경제교류는 여전히 투자보다는 교역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양자간 개방이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의 베트남 투자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 요식업 및 호텔에 집중돼 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그 규모도 작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투자의 양태가 변화하고 있다. 호텔 중심이던 투자가 2010년부터 부동산과 전기·가스·상수도 공급과 같은 기초 인프라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과 2015년에는 투자부문이 상대적으로 다각화됐다.
미국은 정부나 유관기관의 지원보다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투자전략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정부·유관기관의 지원제도는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통해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미국기업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베트남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상호 관계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비준되고 나면 양자간 교역 및 투자 환경이 개선돼 교역과 투자 모두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