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디어 속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맛집 탐험이 일상이 된 시대.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을 통해 ‘먹는’ 모습을 감상하는 시대. 이런 음식의 풍요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미각은 둔감해져 가고 있다.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
이 책은 엉터리 맛집과 절대적 미식기준에 길들여져 가장 주관적이어야 할 맛이 점차 획일화되고 음식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늘어난 세태에서 맛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집필됐다. 사이비 과학에 휘둘려 잘못된 맛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더불어 음식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에 인문학을 더한 맛 종합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최낙언은 식품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다양한 식견을 가지고 ‘맛’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맛을 단순한 감각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 살펴보기 위해 뇌과학을 도입한다. 익숙하지 않은 뇌과학 분야의 용어를 알기 쉽게 풀며 쉽고 재미있게 맛을 설명한다.
저자는 ‘음식은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할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라고 말한다. 맛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올바른 과학지식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 달거나 짠 음식을 끊기가 어려운지 궁금한가? 그 숱한 다이어트는 왜 늘 실패로 끝이 났으며, 엄마 손맛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MSG와 라면은 정말 몸에 해로운지, 맛에 있어 향의 역할은 무엇인지 풀어나간다.
편견과 기준을 벗어나면 진짜 맛이 보인다
이 책은 단맛, 짠맛, 매운맛, 향신료 이야기를 비롯해 감각과 환각, 향 등을 다룬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맛의 차이는 물론 식재료 조리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미식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맛의 진정한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맛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니 당연히 음식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음식 자체가 설명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나트륨이나 당류 줄이기 운동, 소금과 설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왜 짜기만 한 소금을 줄이는 것이 그렇게 힘든지 일반인들이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가장 일상적이고 강력한 쾌락임에도 맛의 실체에 대해 모르는 채 온갖 맛집을 찾아다닌다면 자신의 취향을 알기는커녕 맛을 제대로 즐길 수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맛은 제대로 알수록 더 황홀하게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취향에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맛의 과학’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마저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경우가 태반이다. 가령, 사과에는 사과 맛 성분은 없고 오직 사과 향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저자는 ‘타인의 욕망은 나의 맛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맛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배경을 알고 자신의 미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음식 관련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미각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