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경기 불황의 여파가 경제적 행복 상태를 나타내는 ‘경제행복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행복지수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경제적 평등’의 경우 역대 최저 수준으로 조사돼 불평등 해소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불행한 그룹은 60대 이상, 중졸, 이혼/사별, 남성, 자영업자,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은 계층이었는데, 특히 소득과 자산의 차이에 따라 격차가 크게 발생했다.
지난 9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조사된 경제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38.4점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으로 37.8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점수이며, 전기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0.5점, 1년 전보다는 6.2점 하락한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이사 대우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내외의 불안한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행복지수의 6개 구성 항목(△경제적 안정 △경제적 우위 △경제적 발전 △경제적 평등 △경제적 불안 △전반적 행복감) 중 가장 낮은 항목은 ‘경제적 평등’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16.7점을 기록했다. 이어 ‘경제적 불안’이 25.2점으로 두 번째로 낮게 조사됐는데, 이 두 항목은 다른 항목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전체 평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적 평등’을 구성하는 2가지 세부 항목 중 ‘향후의 불평등 전망(19.0점)’보다 ‘현재의 불평등 수준(14.3점)’이 더 낮게 나타나 소득격차 완화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경제적 불안’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 중에는 ‘실업률 불안(23.3점)’이 낮은 점수를 기록해, 최근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공포’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득·자산 적을수록 행복감 낮아
조사 대상 중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그룹은 △20대 △대학원졸 △미혼 △여성 △공무원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계층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불행한 그룹은 △60대 이상 △중졸 △이혼/사별 △남성 △자영업자 △소득이 낮고 △자산이 적은 계층으로 조사돼, 소득과 자산에 따라 경제적 행복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연령·학력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행복감이 낮았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29.3점으로 가장 낮았고, ‘20대’와 ‘30대’는 각각 46.5점과 42.7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김 이사 대우는 “20대와 30대는 경제적인 부담이나 책임감이 무겁지 않은 시기인데 반해, 40대는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의 부담, 50대는 노후준비와 자녀결혼의 부담, 60대 이상은 노후준비 부족과 소득 감소 등으로 인해 나이가 많아질수록 행복감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학력별로는 ‘중졸’이 가장 낮고, ‘대학원졸’이 가장 높았다. ‘중졸’과 ‘고졸’은 각각 23.7점과 33.1점으로 평균인 38.4점보다 낮았으며, ‘대졸’과 ‘대학원졸’은 각각 41.0점과 46.2점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또한, 경제적 부담과 책임감이 ‘기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미혼’의 행복지수는 43.9점으로 조사됐다. ‘기혼’이 36.3점이었으며, ‘이혼/사별’은 15.5점으로 ‘미혼’, ‘기혼’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직업별로는 ‘전문직’이 72.5점으로 가장 높았고, 고용의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이 46.9점, ‘직장인’은 42.3점인 반면, ‘주부’가 29.4점, 불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영업자’가 28.1점으로 나타났다. ‘기타/무직’의 경우 다른 직업군에 비해 고용상태 및 소득수준이 가장 열악해 행복감이 가장 떨어졌다.
특히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 것은 소득·자산별 행복지수였다. 소득별로는 연소득 ‘2000만원 미만’(30.2점)의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경제적 행복감이 낮아지고, ‘8000만원 이상’(56.4점)의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20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모든 소득계층에서 전기 대비 행복지수가 하락했는데, 특히 중상위계층인 ‘6000만~8000만원 미만’이 45.8점으로, 전기 대비 6.3점 낮아져 하락폭이 컸다. 자산 규모별로는 ‘10억원 이상’(63.8점)으로 갈수록 경제적 행복감이 높아졌다.
‘노후준비 부족’이 가장 큰 장애물
전체 응답자의 34.0%가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을 ‘노후준비 부족’이라고 답했다. 이는 6개월 전(34.1%)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년 전(28.8%)에 비하면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어 ‘자녀양육/교육’(21.7%)과 ‘주택문제’(18.4%), ‘일자리 부족’(16.3%)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는 ‘일자리 부족’(29.9%)을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으며, 30대는 ‘주택문제’(35.5%), 40대는 ‘자녀 양육/교육’(34.8%), 50대의 47.8%와 60대 이상의 60.0%가 ‘노후준비 부족’이라고 응답했다.
김 이사 대우는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된 하위 지수 값이 가장 저조하며,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값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최근 들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정책,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대학 등록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교육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제행복지수가 가장 낮고 ‘노후준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등 고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고령자들의 노후 지원을 위해 고령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노후 소득 확충을 위한 지원 등도 지속적으로 준비되고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영업자’와 ‘주부’의 행복감이 가장 낮게 나타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기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경기의 조절이 전반적인 경기 하락, 자영업자 등의 소득 감소, 가계소득 감소,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악순환되지 않도록 경제체질 강화와 더불어 경기조절 대책이 세심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