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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민희,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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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에서 ‘베를린의 여왕’이 되기까지 개성과 연기력으로 승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충무로 차세대 탑 여배우로 떠오른 김민희. 저명한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스타성과 배우의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수표라면 구시대적 논리일 수는 있지만, 계단을 밟듯이 올라온 김민희의 이력에서 ‘베를린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그녀의 연기 인생 정점을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터닝 포인트 ‘화차’


김민희는 사실 이번 수상 이전에도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 직전까지 가장 ‘핫한’ 배우였다.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배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은 ‘화차’다.


변영주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한 2012년 작 ‘화차’는 김민희를 처음으로 중량감 있는 배우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여인 ‘차경선’ 역을 맡은 김민희는 나약하고 청순한 비운의 여성에서부터 광기어린 연쇄살인마의 면모까지 인물의 입체감을 잘 살렸다. 이 영화는 캐릭터가 워낙 강해, 연기력이 있는 배우라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좋은 기회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가혹한 연좌제라는 자본주의 먹이 사슬의 최약체 피해자이자, 자신의 신분을 소멸시키기 위해 사냥감을 찾아 살인을 하고 토막해 시체를 유기하는 젊은 살인범의 상반되는 면을 가진 캐릭터는 한국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만나기 어려운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다.


김민희에게는 꼭 맞는 옷이었다. 뼈마디가 튀어나올 만큼 가늘고 앙상한 몸은 동정심을 유발하게 했고, 묘하게 초점 없는 눈동자가 슬프면서도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 ‘시크하다’고 평가받아왔던 말투는 이 영화에서는 삶에 지쳐 영혼이 텅 빈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 데뷔 때부터 따라다녔던 ‘예쁘기보다 개성 있는’ 외모나 분위기가 상당한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시체를 토막 내다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던 차경선이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기 속의 광기를 불러오는 이 영화의 결정적 장면은 인물에 대한 김민희의 완벽한 이해로 완성될 수 있었다. ‘화차’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이 장면을 잊지 못했고, 김민희를 잊지 못했다. ‘화차’는 김민희에게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의 기쁨을 주었으며, 충무로 감독들 사이에 가장 캐스팅 하고 싶은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여성주의적 여배우’라는 타이틀


김민희는 데뷔 때부터 주목받는 하이틴 스타였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오래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잡지 모델로 데뷔한 그녀에게 ‘패셔니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 덕에 감독들은 그녀에게서 주로 ‘시크함’ ‘신세대’ 등의 캐릭터만 읽어냈다. 이 같은 이미지는 당시 유행하던 코드이기도 했다. 1999년 드라마 ‘학교 2’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으며, 드라마 ‘순수의 시대’ ‘굿바이솔로’ 등의 드라마를 통해 팬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발연기’ 논란이 따라붙을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민희에 대한 선입견을 깬 변영주 감독의 캐스팅 이후, 김민희는 남녀 사이의 역학 관계를 드러낸 ‘연애의 온도’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2014년작 ‘우는 남자’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김민희의 연기력만큼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민희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박찬욱 감독과의 만남에서 왔다. 2016년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또 다시 괄목할만한 연기적 성장을 보여줬다. 상속녀 ‘이즈미 히데코’ 역을 맡은 김민희는 친일파에 권위적이며 변태적이기까지 한 숙부의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에 빠진 귀족 여성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아가씨’를 통해 김민희는 여성주의적 여배우라는 한국에서 얻기 힘든 타이틀을 얻었다.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이 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충무로의 현실에서 김민희는 누구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으며, 전형성을 거부하는 배역을 소화해왔다. 비슷한 선상에 있었던 배우 공효진이 로맨틱 드라마로 인기를 모으던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자신을 찾아가는 캐릭터


김민희의 연기 인생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은 홍상수 감독을 만나면서 찾아왔다. 김민희에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이어 홍 감독과 두 번째 작업한 영화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는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홍 감독은 배우에게서 독특한 내면을 끌어내는데 탁월하다. 대중에게 포장되고 이미지로 굳어진 모습 이면의 어떤 색다른 일면을 찾아내고 묘사하는 점도 홍 감독의 특성이다. 특유의 리얼리티도 새로운 연기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는 일면이 되곤 했다. 그런 면에서 김민희에게 홍 감독과의 만남은 배우로서 더욱 큰 성장의 기회가 됐을 가능성이 많다.


두 사람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작업하며 스캔들로 화제가 됐다. 스캔들 이후의 작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도 흥미롭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영희’를 연기한 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을 사랑하게 된 이후 그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캐릭터의 깊이를 잘 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적 정서상 ‘불륜 여배우’라는 낙인을 달고 연기자로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민희가 통념을 깨고 얼마나 더 많은 계단을 올라갈 수 있을지, 연기의 내공은 어느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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