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올해 미국이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것이다. 버블우려 및 경기개선, 유럽 정치리스크, 트럼프 행정부 인사정책 등의 요인으로 인해 미국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속도인데 시장은 향후 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美 올해 0.25%씩 총 3회 금리인상 전망 지배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43명의 글로벌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회에 0.25%포인트씩 총 3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과거 금리인상기에 평균 17개월에 걸쳐 3.0%포인트(월평균 0.18%포인트)를 올렸기 때문에 현재 연 3회 금리인상 전망은 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당장 가계와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급증한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다중채무자,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심리는 위축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은 연간 9조원 증가한다.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하고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면 한계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린다.
이미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은 지난 2011년 9.3%에서 2015년 12.7%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밖에 미국 금리인상은 한-미 시장금리 역전 심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국내 장기금리 상승 등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송주경씨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할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금리(1.25%)와 동일해진다"며 "개인과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 등 국내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올해 말에서 내년 2분기 사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돈은 안 도는데…은행 '이자 장사' 심해
시장금리가 들썩이며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치솟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시장 불확실성을 틈타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을 벌리는 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3월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시중은행 상품의 예금금리(12개월 기준)는 1%대 초반대로 대부분 지난해 6월 이후 요지부동이다.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일제히 수신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금리는 6월13일자로 1.30%에서 1.10%, e파워정기예금은 1.50%에서 1.20%로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6월20일 s드림정기예금의 금리를 1.2%에서 1.0%로, 크레바스연금예금은 1.4%에서 1.15%로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작년 6월 e플러스 정기예금의 금리가 1.55%에서 1.4%,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은 1.3%에서 1.1%로 변경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변수를 두 차례에 걸쳐 반영했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 주거래예금의 금리는 6월 1.60%에서 8월에는 1.30%로 내려갔다. 1.50%의 이자를 준 우리 웰리치100 정기예금(회전형)은 7월 1.25%로 떨어졌다. 농협은행의 큰만족실세예금은 6월과 8월 각각 0.1%포인트 인하해 1.1%로 떨어졌다.
반대로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뛰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5%에 육박했다. 올 3월 들어서도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 5년 고정금리 상품을 중심으로 0.04%에서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3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장금리가 요동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3년)금리는 1~2월중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하다 이달 들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 강화 등으로 0.1%포인트 뛰었다. 회사채(3년) 금리도 이달 들어 우량물과 비우량물 모두 상승했다. 단기시장금리는 이보다 상승폭은 적지만 전월에 비해 0.03%포인트 높아졌다.
문제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시장금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예금금리의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지표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달비용과 마진을 포함해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기본 골격은 예금과 대출이어서 예금금리도 시장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신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어 굳이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1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자금 이탈이 발견되기 전에는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는 모양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대마진을 벌려 폭리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올리고 예금금리는 수개월째 그래도 두는 것은 되레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당국이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