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내일신문’ 기자로 수년 전부터 팩트체킹에 천착해 온 저자가 전 세계 팩트체커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팩트체킹의 기본 개념과 역사적 배경,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팩트체킹 저널리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진실보다 감정에 장악되는 대중들
지난해 연말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거짓으로 점철돼 있으며 진실에 대한 갈증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지를 말해줬다. 검증 불감증에 대한 경고를 간과한 나머지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비단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일까. 세계적으로 2016년을 뜨겁게 달군 것이 바로 가짜 뉴스다. 미국 대선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거짓이 판칠수록 진실에 대한 갈구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팩트체킹’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저널리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렇게 ‘탈 진실’과 ‘가짜 뉴스’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2016년 11월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 진실’을 선정했다. 이 단어는 사실이나 진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사회에서 더 잘 통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선정된 배경에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영국의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지금의 한국 사회 역시 ‘탈 진실’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탈 진실’과 함께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또 다른 단어는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가 얼마나 횡행했는지 미국 대선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선 당시 활개를 친 가짜 뉴스의 대표적인 예가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는 내용 등이 꼽힌다.
‘확인’ 차원 아닌 ‘판정’
빌 어데어 교수에 따르면 팩트체킹은 단순히 기성 언론이 해 오던 ‘사실확인’ 작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흔히 기성 언론에서 얘기하는 사실확인은 내부의 데스크 기능과 젊은 기자들에 대한 훈련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팩트체킹은 그것을 넘어서는 하나의 새로운 저널리즘 영역이라는 것이 어데어 교수의 생각이다. 즉 팩트체킹이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 주도층 인사의 의미 있는 발언을 심층 분석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시도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여론 주도층 인사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주요 정치인의 발언과 주장에 대한 검증에 많은 비중을 둔다. 이를 미국에서는 ‘정치적 사실검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팩트체킹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참과 거짓을 분명하게 ‘판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흔히 언론계에서 말하는 ‘사실확인’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검증’을 의미한다. 영국의 한 대학교수는 ‘사실검증’을 뛰어넘는 ‘진실검증’이라고 부를 정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모이는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을 3년 연속 참석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기대선이 점쳐지는 한국 상황 속에서 팩트체킹 도입이 절실하다”면서 “용기 있는 언론이 나서고, 당당한 정치인이 팩트체킹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