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어느덧 20여년이 흐르면서, 지방행정 환경은 점점 전문화, 복잡화돼가고 있다. 특히 국가 총 지출 중 지방 지출이 증가하고 있고,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확대로 인한 지방사무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를 향한 시민의 요구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례제정 및 정책개발 등 의정활동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의 '맏형' 격이다. 즉, 법률적 위상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정 파트너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최근 들어 자치와 분권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시민중심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 및 감시를 위한 서울시의회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강(强)시장·약(弱)의회라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시정 정보에 대한 집행부 의존성 심화로 의원의 정책의사결정에 제약이 있고, 개별 보좌인력 부재로 인한 맞춤형 의정 지원의 미흡 등으로 서울시의회의 정책 역량이 한계를 맞고 있다.
'정책보좌관제'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의회 정책역량 강화 위한 지원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의회의 정책역량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개인보좌 및 조직보좌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국회의 경우 조직보좌제도로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등 독립적 정책지원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의원들의 정책·의안정보 수집, 분석, 검토와 관련된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보좌의 일환으로 국회의원과 정책지원조직 간에 개인보좌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의원과 정책지원조직을 연결하고 정책·의안에 대한 조정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확대, 심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반면, 현재 지방(광역)의회는 개인보좌제도 없이 집단보좌 중심의 정책역량 지원제도만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회 규모 및 예산의 제약 등에 따라 조직보좌의 경우에도 의회사무처 내에 입법담당관, 예산정책담당관의 조직이 혼재되거나 그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어 효과적인 의정활동 지원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지방의회 의원은 국회와 달리 전문적 의안 정보 등과 관련해서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제한적 정책보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개인보좌제도의 경우 일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이 시도되었으나, 현재는 지방 정부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법적 제약에 따라 제도 운영이 금지되어 지방의원들의 의사결정 등 정책 활동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원개인보좌 부재
서울시의회 정책역량 저해
실제로 서울시의회의 정책역량 확보를 저해하는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의원 개인보좌 부재가 27.0%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법제도의 제약이 15.3%, 정책지원조직 인력부족이 12.2%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의원 개인보좌 부재는 무엇보다 의원 개인의 정책적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수행을 어렵게 하고, 집행부 의존성이 높은 정보(자료)들의 선택적, 차별적 선별이나 공무원 등과의 소통이나 협의의 중재 역할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방의회 인사권 제약 등으로 인한 현행 법제도의 한계와 집행부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력 규모 등이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시의회에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채용, 관리, 교육하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도 집행부에 대한 의존성 높은 정보 수집 네트워크에 따른 제약, 서울시의회 정책업무 수행과 관련해 서울시 유관기관, 국회, 타 광역의회, 해외 지방의회 등과의 실질적 업무교류 미흡, 현행 서울시의회 입법담당관, 예산정책담당관 등 정책지원조직의 낮은 활용도 등 정보 네트워크 측면, 시의회 조직구조 및 인력관리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지방분권 위해 인사권 독립·정책보좌관 필요"
이에 따라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선행돼야 하고 정책보좌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주최로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대토론회'에서는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날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강동3)은 "한국 지방자치는 성인이 됐지만 아직 어린애 옷을 입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지방분권을 위한 정책전문인력 확보와 인사권 독립을 요구했지만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촛불시위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정국이 휘말렸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착돼 있어서 안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지방의회의 권한이 정상화되면 보다 발전된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라며 "강화돼야 할 지방분권 분야에는 자치입법권 강화, 자치조직권 강화, 예산편성 자율화가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 및 지원체계 마련 등도 지방의회의 활성화를 위해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의정보좌관제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사권의 독립과 내실 있는 인사청문회의 도입"이라며 "지방의회가 지방정부와 단체장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을 때 견제와 균형의 정비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인사권 독립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 서울시의회 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이 마련되면 시민 토론회 개최,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고 17개 전국 시·도의회와의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