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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얼한 판타지 ‘윤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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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도 경쟁도 없는 현실도피적인 현대인의 ‘파라다이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지중해 섬에서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콘셉트의 예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tvN ‘윤식당’. 트렌드 반영 및 확대재생산에 탁월한 나영석 PD의 또 하나의 히트작으로 기록된 ‘윤식당’의 성공 배경에는 이 시대 대중의 욕망이 있다.


‘헬조선’에서 꿈꾸는 ‘섬’


배우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신구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의 작은 섬에서 열흘간 한식당을 운영하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3월2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5월12일 ‘영업 종료’한 ‘윤식당’은 평균시청률 11.6%, 최고시청률 13.7%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윤식당’은 현대인의 판타지다.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예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사는 삶은 누구나 한번쯤 꿈꿀 만하다. 촬영지인 롬복 북서부에 자리한 작은 섬 ‘길리(Gili)’는 각국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휴양지다. 인류가 형상화한 전형적인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이 곳은 눈부신 바다와 화창하고 온화한 기후,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먹고 살기 위한 장소가 아닌 쉬기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최소한 이 예능에서는 그들 또한 자유롭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영리하게도 ‘윤식당’은 국가도 이념도 드러나지 않는 낯선 ‘섬’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판타지를 극대화시켰다.


한국사회는 갈등과 경쟁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잘 살아보자’는 구호로 근대화를 이루고, 그 근대화의 주역인 리더의 딸이 대통령이 되고 또 탄핵이 되는 사태 속에서 지금까지 목말라했던 물질적인 부와 동경해왔던 풍요롭고 세련된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이다.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양극화와 계층갈등, 거기다 미세먼지로 인해 자연 속에서 조차 위안을 얻기 힘들어진 ‘헬조선’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해왔고 달려왔나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상처투성이 속에서 ‘도피’가 대안이 되고 있다. 걷어차인 계층 사다리에 더 이상 무의미하게 오르기 위한 헛발질을 포기하고 골방에 빠져 자기만의 소소한 취미에 골몰하는 사람들의 증가는 도피 심리를 잘 대변한다. ‘윤식당’은 이처럼 지친 현대인들을 ‘섬’으로 안내하고 꿈을 꾸는 시간을 제공한다.


욕망을 충족시키고 메시지도 던지는 ‘관찰 카메라’


한국음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노출시킴으로써 집단적 관음증을 충족시킨 점 또한 흥행 요소 중 하나다. 미디어 속의 외국인들은 80년대부터 일관되게 한국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을 대변해왔다. ‘윤식당’은 서툰 젓가락질을 하면서 한식에 호감을 표현하는 외국인들을 관찰하며 은근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예능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의 여타 예능과 달리 열등감에 바탕을 두는 노골적 인정욕구를 거부하는 것이 차별화된 부분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이 셰프가 아니라 배우라는 점은 이 예능이 ‘평가’라는 ‘진부하고’ ‘경쟁적인’ 잣대를 거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레스토랑을 방문한 섬의 관광객들을 통해 타자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장사를 하는 연기자와 식당을 찾는 관광객 모두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시청자는 장사를 하는 연기자에게 동화되며 현실에서 탈출해 욕심 없이 생계를 이어가는 꿈을 꿀 수도 있지만, 레스토랑을 찾은 각국의 방문자를 통해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내재화한다.


출연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아마추어가 만든 음식에도 행복해하고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와도 관대하며 타자 또는 타문화와의 소통에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가?’란 고민에 빠져 인문학에 몰두하고 있는 이 시대의 대중에게 간접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느리고 사건 없는 나영석의 세계


나영석 PD는 트렌드를 읽고 한국적 감수성으로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윤식당’은 여행 먹방 쿡방 욜로 외국인 등의 최근 몇년간의 트렌드를 집대성하고 있다. 관통하는 감수성은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과도 상통한다. 나영석 예능은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을 대변한다. 그곳에 현실적 어려움은 없다.


‘삼시세끼’에서 음식을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재미’ 차원에 불과하다. 실제 귀촌에서처럼 이웃과의 마찰이나 농사의 실패로 인한 경제적 몰락 따위는 제거된 상태다. ‘꽃보다 할배’는 노년의 배낭여행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이서진이라는 능숙한 가이드가 길 찾기 숙소 정하기부터 요리까지 도맡아주기 때문에 배낭여행에서의 도전에 따른 어려움은 등장하지 않는다. ‘윤식당’ 또한 마찬가지다. 장사에 따른 손익계산과 현실적 난관은 없다. 여타 예능이 비슷한 소재로도 미션의 성공을 목표로 출연자들끼리 경쟁 형태로 구성되는 경우가 흔한 것과는 차별된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산속으로 도피해 고립되고 가난한 삶을 자처한다면, ‘윤식당’은 같은 정서의 도피지만 예쁘게 포장돼 있다. 부유하지 않지만 가난하지도 않고, 경쟁하지 않지만 외롭지도 않다.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운 완벽한 균형이다.


시청자는 이 같이 느리고 사건 없는 나영석의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현대인의 안식처를 브라운관을 통해 제공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들 예능들이 다큐멘터리처럼 관찰적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사실은 극도로 판타지적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나 PD는 ‘현실처럼 보이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적중하고 있으며, 그것이 ‘윤식당’ 성공 요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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