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부동산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정책 방향이 서민 주거복지 강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가 새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짚어봤다.
'서민주거 안정'에 총력 기울여야
우선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부동산 과제는 '서민주거 안정화'란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민과 중산층의 전·월세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개편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추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자금 마련부담 경감 등을 새 정부의 부동산 핵심과제로 꼽았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규제 완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투자자 주머니는 두둑해진 반면 무주택 세대의 주거난은 더욱 심화됐다. 청약요건을 완화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이에 투자자를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과열됐다. 또한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이 유예되면서 역대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정비사업 단지로 몰렸다. 강남4구 및 과천시 등 주요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완화책은 '분양시장 과열'과 '분양가·집값 동반상승'으로 이어졌다. 저금리에 전세난은 더욱 심해지면서 빚내서 전세살이 하는 '렌트푸어'와 집을 사는 '하우스푸어'가 대량 양산됐다. 이에 가계부채는 가중됐고 깡통전세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처럼 서민부담이 가중되자 박 정부는 지난해 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11·3대책에 여신심사 강화 등 부동산 및 대출규제를 빼들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달 기준 서울에서는 자치구 25개 중 19곳 아파트값이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올해 전국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에서는 '서민주거 안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임대차시장은 전세비중이 축소되고 월세비중이 확대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민 주거비부담이 점점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 장기 공공임대주택(10년 이상) 재고율은 지난 2015년 기준 5.9%(116만 가구)로 OECD 평균 8%에 못 미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난 등이 더 심화할 것에 대비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OECD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재원마련과 부지확보 등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대주택 총량을 늘리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국내에는 공공택지가 부족한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공사(LH)의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부지확보와 재원마련이 필수다. 이에 임대주택 공급방식 다양화와 민간의 참여 확대 방안 등도 대안으로 주목된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임대주택을 공공에서만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LH와 SH가 만성적인 적자인데다 공공택지도 부족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간과 병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민간사업자를 규제하면 임대 사업심리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물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공공과 임대를 병행해 임대주택을 안정화할 수 있으면서 시장 경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존 청약제도를 투자자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3대책에서 박 정부는 정권 초 풀었던 청약요건을 다시 강화했다. 국지적인 시장과열 지역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정하고 전매 및 청약1순위 요건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로썬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무주택 세대에게 우선당첨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청약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이 밖에 분양가 상승세를 부추겼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입주지연과 하자 등으로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입힌 선분양제 등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점진적인 후분양제 도입 및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등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지난 정부 때의 공급과잉으로 오는 2019년까지 입주대란이 예정된 상황이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및 역전세난 피해가 우려된다. 입주대란 부작용으로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도록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에 맞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대란과 금리인상 등 악재가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 부동산규제도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규제를 더하면 시장이 경착륙해 부채가 많은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과도한 투기세력이 시장을 교란하지 않도록 '떳다방'이나 '다운계약서' 등 불법행위 근절에도 힘써야 한다. 정비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강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