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1여 다야 구도에서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가 서서히 보이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면서 보수를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재편의 가능성과 국민의당의 문준용 증거조작 사건을 계기로 호남발 여권 정계개편 가능성이 모두 대두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 “보수진영 복원하겠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일 새로운 대표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선출했다. 신임 홍 대표는 지난 대선부터 강한 보수 야당을 표명해 왔다. 홍 대표는 4일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 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으며 긴 세월을 고생했다)’라고 남겨 보수진영 복원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 대표 선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양당 체제로 재편될 것을 예상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 세력들을 흡수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 대표는 우선 “지난 대선 때는 좌파, 우파 진영이 각각 분열돼 4당 체제로 대선을 치렀는데 제가 보기에 좌파진영은 아마 통합될 것으로 본다”며, “바른정당도 지방선거 전까지 흡수되지 않을까한다”고 밝혔다. 즉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바른정당의 자립이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이 깔려있다.
다만 홍 대표 주도의 보수야권 통합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우선 그간 당내 최대 계파였던 소위 ‘친박’세력에 대한 청산 또는 관계정립이 당면한 과제이다. 특히 홍 대표는 “자꾸 친박 청산 이야기를 하는데 누차 이야기했듯 선출직 청산은 굉장히 어렵다. 선출직 청산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단지 당의 전면으로는 소위 핵심 친박들이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밝혀 쉽지 않은 일임을 내비쳤다. 바른정당의 창당 명분이 친박청산이었던 바, 당 개혁작업이 전제가 되어야만 보수야권통합의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당대표 선거를 치르며 바른정당의 선거개입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홍 대표는 바른정당 입당설을 폭로했던 원유철 의원 등을 겨냥하며 “바른정당에서 자기가 있었던 정당의 전당대회를 방해하기 위해 (폭로)한 허위사실은 용서치 않는다. 그건 용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것을 용서하더라도 그건 본질에 관한 것이다. 지도자 본질에 관한 것”이라며 “지도자 본질에 관한 문제를 전당대회 진행 중에 허위사실로 폭로하고 그것을 또 당내에서 이용하는 사람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 것을 용납하면 정치판이 그야말로 이전투구의 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이미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윤한홍 한국당 의원 말에서 거짓임이 드러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지도자의 아량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력 징계 방침을 거듭 밝혔다.
문준용 제보 조작사건... 흔들리는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문준용 조작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웠던 이유미씨의 구속을 통해 창업주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이거니와 박지원 전 대표까지 수세에 몰리며, 당 존립을 걱정해야 될 처리로 내몰렸다. 즉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인위적 정계개편이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빠트렸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현장비대위를 돌며 수시로 사과표명을 하는가하면, 당초 8월말로 예정됐던 전당대회 일정도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며 위기국면 탈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론이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기존 15%에서 8.7%까지 떨어져, 집단탈당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주선 위원장은 “경위야 어찌됐든 당의 책임 하에서 조작된 정보가 국민께 제시가 된 상황에 대해선 한없이 부끄럽다”며 “진상조사단은 이유미 당원의 과도한 승리에 대한 집착의 결과로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진상을 제대로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진상규명을 하게 되면 법적 조치엔 해당이 안 되지만 경우에 따라선 도의적·정치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며 “종합해서 결과가 나오면 당내에서 논의를 거쳐 조치에 대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관영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은 3일 “검증에 실패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조직적으로 없는 증거를 조작할 만큼 미숙하거나 파렴치한 정당은 아니다”라며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최종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회복불가능의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검찰은 이유미씨의 구속기간 연장과 더불어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의 보좌관인 김모씨의 참고인조사를 진행하며 윗선의 개입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당의 내부조사에 대해 “당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는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고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비난하며, 조용히 수습되기를 원하는 국민의당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인 호남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지방의원들은 각종 추문과 탈당으로 흔들리고 있다. 5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호남지역 당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전남지역 한 기초단체장이 최근 민선6기 취임 3주년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민의당 탈당과 민주당 입당 등 향후 정치 진로에 대해 “시민들의 여론을 지켜보고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혀 단순히 지나가는 소나기에 그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