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소신 있는 발언과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유명한 정치철학자 짜우포충의 정치철학서이자 인문교양서. 기회의 평등, 정의와 자유, 빈곤의 책임 등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할 시민의 교양’을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시각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2015 홍콩의 책’에 선정됐으며, ‘홍콩출판대상’ 수상작이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불온 도서로 낙인찍혔다.
흑백 논리를 넘어선 자유주의 정치철학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가 구성한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진지해지고 정치에 고집스레 매달릴 때, 우리의 세계는 더 공정하고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다. 우리는 비관할 이유가 없다.’
정치 참여와 변화에 대한 낙관적 메시지로 강한 자유의지를 불어넣는 이 저서는 국가의 주인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 개념과 상식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가와 시민의 바른 관계가 중국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의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사회에서 국가 통치의 정당성은 오랫동안 폭력과 공포, 거짓말 위에서 존립할 수 없다’며, ‘반드시 도덕적 신념에 호소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도와 법률, 정책과 보편적 공권력 행사가 우리가 지지할 만한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는 이 책의 지당한 개념이 우리 또한 무너지는 현장을 수없이 봐왔으며 얼마 전까지도 목도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홍콩에 출간돼 여러 도서상을 수상하며 정치사회 분야 베스터셀러에 올랐다.
짜우포충은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주도자기도 하다. 이 책은 당시 시위 현장에서 많이 읽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산혁명’으로 ‘불법집회죄’와 ‘경찰공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시민의 불복종’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 같은 그의 정치적 행동과 메시지 때문에 이 책은 본토에서는 출간되지 못했다.
시민의 참여가 변화를 이끌어낸다
좌파와 우파의 흑백 논리를 넘어선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설득력 있게 소개한 점은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권력과 정치 매커니즘에 관한 흔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명확하고도 쉬운 논리를 펼치는 점은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모든 이의 인격과 권리가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에 살면, 강자는 필연적으로 손해를 입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도덕적 관계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존중함과 동시에 타인에게서도 같은 정도로 존중받는다’며, ‘이는 우리가 같은 도덕공동체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며, 서로의 도덕적 인격을
긍정하고,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는 방식으로 함께 살면서 서로의 운명을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공공생활이 모든 이에게 중요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해서 개체가 매번 정확한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자연능력이 불평 등 하므로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도 당연한 것일까?’ ‘빈곤은 개인의 문제인가?’ 등의 기본적인 정치철학에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단과 방법에 대한 논의까지 이 책은 폭넓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