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롯데마트가 장기화되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중국 철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고 매각에 나선 것이다. 롯데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증권업계는 최근 롯데가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단계”라고 분석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롯데마트는 중국 매장 처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매각 범위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매장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매각 주관사로는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그동안 롯데 측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측의 보복과 불매운동으로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으나 중국 매장 철수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지난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월스트리스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며 “이런 상황(사드 보복)이 해소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던 롯데는 최근 들어 이 같은 입장을 바꿨다. 새 정권이 들어서며 한중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갖고 중국 롯데마트에 자금을 투입해가며 버텨왔지만,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최근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되는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중순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 중이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 롯데마트는 사드 이슈가 아니더라도 구조적으로 회생이 어려운 구조”라며 “연간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부담하고, 그룹의 끊임없는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혹은 사업철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윤태호 연구원은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중국 사업 리스크는 모회사인 롯데쇼핑 사업회사와 상위의 롯데지주로 이어지고 결국 중국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전이돼, 이는 분할·합병을 반대했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논리가 현실화되는 것”이라며 “여전히 시장의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중국 내 롯데마트 구조조정은 지주사 출범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