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원 사찰의 배후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해 고소한 이후, 검찰은 20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과 이 전 대통령간의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앞서 전날 박 시장의 고소 사실을 접한 이 전 대통령 측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것을 보고받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 근간을 해친 사건을 밝히자는 것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장도 한가하게 전직 대통령을 고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응수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박 시장의 고소를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도 박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의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국정원을 통한 공영방송 장악,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지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관여 등 언론에 사실로 드러난 MB가 연루된 사건들만 여러 가지"라며 "MB를 수사하지 않고 관련 실무자들만 처벌하거나, MB정부의 적폐사항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만 단죄하는 것은 적폐 생산의 몸통은 결국 처벌받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에 아픈 사례를 남길 뿐"이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이 이명박 박근혜 전 정권을 싸잡아서 비판하며 이들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정가의 한 소식통은 "박 시장과 민주당이 지금 시점에 전직 대통령들에게 칼끝을 겨눈 것이 의미심장하다"며 "아무래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폐세력 대 민주세력'의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루려는 박 시장과 그것을 아는 민주당에서는 박 시장에 대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박 시장의 3번째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은 물론이고, 이미 구체적 선거전략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직에 대해 “이루지 못했던, 마치지 못했던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제가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제가 시민들의 여러 말씀도 듣고 조만간 결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에 대해서 그는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다. 최종 판단은 국민들이 한다”면서도 “결국은 서울시민의 삶과 행복을 누가 더 증진시킬 수 있는지, 서울의 경쟁력을 누가 높일 수 있는지 이런 관점에서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을 정치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한 강력한 시사 및 잠재적 경쟁자인 안 대표보다는 자신이 경쟁력이 더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