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16년과 2017년 벌어진 ‘알파고’ 바둑대결은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을 현실로 보여줬다. 알파고 대신 대국장에 앉은 아자황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인공지능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최초의 인간을 보는 듯한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 인간을 대신하고, 기계를 통해 인간 성능이 증강되는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과연 기계가 인간이 되고, 인간이 오래된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초인간(trans-human)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인가?
인간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
이 책은 첨단 과학기술이 꿈꾸는 인간의 미래 비전을 검토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철학적으로 짚어본다. 특히 후설과 하이데거 등 인간 고유의 존재 방식과 실존의 조건을 탐구했던 철학자들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에 숨은 철학적 전제들을 폭로하고 그 문제점을 따져본다.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의 가능성, 가상현실 기술의 문제점, 그리고 IT혁명으로 가능해진 디지털 경제의 논리, 나아가 ‘특이점’으로 대표되는 융합기술 이론까지 현재의 첨단 과학기술에 내포돼 있는 모든 철학적 전제들을 검토한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는 포스트휴먼의 시대에, 인간 존재의 참된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 짚어보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트랜스휴먼’과 ‘포스트휴먼’ 등 개념의 혼란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트랜스휴먼’ 또는 ‘포스트휴먼’이란 첨단 기술을 통해 성능이 향상된 인간을 가리키며, 트랜스휴
머니즘은 이를 통해 인간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공지능 내지 인공생명 기술이 말하는 지능과 생명의 완전한 재현이란 불가능하다 본다. 왜냐하면 지능과 생명은 단순히 탄소라는 물질에 기초하거나 그것으로 환원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생명체로 활동함으로써 자신의 환경을 구성하고 통일된 의미 체계로 재조직하는 실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과 도구,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깊이 탐구했던 하이데거를 통해 이러한 논의를 심도 깊게 펼쳐간다.
가상현실, 3DTV, 구글 글래스의 가능성과 한계
이 책은 트랜스휴머니즘의 미래 비전을 단순히 이론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생활에 실제로 침투하고 있는 첨단기기들의 분석을 통해 이해하고자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패드와 같은 휴대형 첨단기기, 가상현실과 3DTV, 구글글래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의 비전은 인간 성능의 개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사회적 활동 전반을 재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초지능과 함께 초연결의 개념은 사물인터넷 기술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과 사물을 언제나 망에 접속시킴으로써 사회와 환경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포스트휴먼 담론을 해설하고 비판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 책의 목적은 인공지능 또는 포스트휴먼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의 도전 앞
에서 인간 존재의 특성과 실존의 방식을 돌이켜보는 데 있다. 철학의 오래된 주제인 기술철학, 인간과 도구 및 환경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관심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