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시사뉴스>는 일각에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고미술품 유통의 세계를 둘러봤다. 고미술품의 수집에서부터 감정평가를 거쳐 판매에 이르기까지 체계성과 합리성을 찾기가 어려운 구조로 비춰진다.
현재까지 고미술품 감정 전문 교육기관이 전무(全無)하고 감정위원의 자격요건이 ‘문화재 애호정신이 투철한 자(한국 고미술협회) 혹은, ’도덕성을 갖춘 자‘(한국 미술품 감정협회) 등으로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상태다. 이에 더해 화랑이나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을 구매해 되팔았을 때 그 시세차익에 대해서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에 일각에서는 고미술품 경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취급을 받고 상류층 비자금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받고 있다. 고미술품의 유통과정이 일각에서 ‘복마전’으로 폄하되기도 하는 이유다.
고미술품 가격 결정 요소는 구매자의 ‘마음’
인사동 거리가 현재처럼 조성되기 전부터 인사동에서 화랑을 경영해왔다는 A화랑의 K씨는 고미술품의 수집과 감정과정 및 판매과정에 대해 실제로 화랑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담담히 얘기했다.
“고미술품은 어떤 특별한 유통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미술품 소장자 개인이 화랑에 팔면 화랑에서는 그것을 받아 전시하고 해당물품을 마음에 들어하는 수집가에게 되파는 아주 단순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판매자와 구매자의 ‘마음’이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라는 얘기다.
때로는 한국 고미술협회를 통해 가격 감정을 받아 감정가에 의거해 물품판매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개는 구매자가 그 가치를 높게 보면 높은 가격에 낮게 보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구조라고 했다.
위작을 가려내기 어려운 구조
미술품 감정의 종류는 크게 ‘진위감정’(眞僞鑑定, Authentication)과 ‘시가감정’(市價鑑定, Art Appraisal)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진위감정인데, 이것은 의뢰품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진위감정은 감정가의 안목에 의한 ‘주관적’ 진위감정과 기타 과학적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는 ‘객관적인’ 진위감정을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장면에서 감정 전문가의 전문적 식견 여부와 윤리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국내에서 중국 고미술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사실상 업계의 정설로 돼있거니와 판매자와 감정사가 짜고 가격을 부풀린 다음 구매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상당수의 고미술품 업계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일례로 제주국제경매와 빅앤틱아트, 홍산문화 같은 곳에서는 중국 현지 감정사를 초청해 국내에서 감정 행사를 연 적이 있었는데 중국 현지 감정사로 초청된 사람들 중에는 감정료만 지불하면 도장 찍고 사인해 주는 짝퉁들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고미술품 감정 전문가들은 과연 ‘전문가’일까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 감정을 할 수 있는 공인된 기관은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산하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회 정도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 대표적인 고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에도 자체적인 감정위원회가 있다. 이런 기관들에서 ‘인정하는’ 감정 전문가는 대략 150명 정도 규모다.
문제는, 고미술품 감정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자격기준이다. 이 ‘자격기준’을 둘러보자. ‘고미술품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한국 고미술협회 규정),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 협회 회원 중 미술품 감식안을 갖고서 화랑경영을 20년 이상 한 자. 미술품 감식안을 구비한 미술사가, 미술평론가 및 미술관의 학예연구관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 미술품 감정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작가나 기타 전문 연구자’(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규정) 등이다.
좀 더 모호할 수 밖에 없는 윤리규정도 있다. ‘문화재 애호정신이 투철한 자’(한국 고미술협회 윤리규정), ‘자질과 함께 바른 인격과 품성을 지닌 자’(한국화랑협회 윤리규정), ‘도덕성을 갖춘 자’(한국미술품감정협회 윤리규정)등이 그것이다.
미술품 감정가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사실상 2곳에 불과
국내에서 미술품 감정가를 양성하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은 사실상 딱 2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예술품감정학과(예술품감정전공과)와 경기대학교 미술디자인대학원 전통예술학과(고미술감정학 전공)뿐이다. 나머지는 문화재보존 학과(용인대,한서대,예원대,경주대,공주대동양대,명지대)거나 박물관 미술관학과 보존과학전공(중앙대학교) 등 문화재와 박물관 관련 학과 전공자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미술품 경매 - 자산가들의 비자금 조성수단?
자산가들이 고미술품 경매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운 좋으면 얻을 수 있는 ‘높은 수익성’에 있다는 것이 고미술품 경매의 세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고미술품은 ‘절세 상품’이라고 알려지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화랑이나 경매에서 고미술품을 구매한 후 되팔았을 때의 시세차익에 대해서 세금을 내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가들이 고미술품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시선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 발(發) 고미술품 주의보 - ‘대박’아니면 ‘쪽박’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 고미술품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들어온 것이 대부분’이라는 게 상당수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게다가 국내에 반입된 중국 명·청 대의 고미술품들은 상당수의 작품이 위작들이라는 극단적 평가도 인사동 거리에서는 상식처럼 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한탕 주의자’들은 중국 고서화에 눈독을 들이기도 한다. 결과는 물론 ‘대박’이거나 ‘쪽박’이다. 일례로 중국계 바오리 옥션에서 1억원에 매입해간 그릇이 160억원에 거래된 경우도 있다는 얘기는 고미술품 업계에서는 이미 전설적인 얘기가 됐다.
그러나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중국 고미술품을 구입해 경매시장에 내놨다가, 그것이 위작으로 밝혀져 대출금을 몽땅 날려서 이른바 ‘쪽박’을 찬 경우가 더 많다는 게 고미술품 경매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