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최근 삼양그룹이 2차 합격 통보를 받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대거 취소를 알려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 국내 방송 매체와 인터넷 취업 카페 등에 따르면 삼양그룹은 지난 24일 신입사원 공개채용 2차 단계에 합격 통보를 받았던 370여명에게 불합격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삼양그룹 측은 “전산오류”를 이번 소동의 해명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취준생 두 번 울리는 채용 갑질’ ‘또 전산오류 핑계냐’ ‘xx 면접이라도 보게 해주라고’ ‘취준생이 존나 하찮게 보이지’ 등 다양한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 전산 오류를 내세우면 귀중한 시간을 뺏긴 취업 준비생들로서도 법적 대응 등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NH농협은행은 2015년 10월27일 채용대행업체의 데이터작업 실수로 취업준비생 1990명에게 합격통지했다가 취소해 지원자들의 반발을 샀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전산오류’를 이유로 2015년 실시한 신입사원 공채에서 서류전형 후 면접까지 치른 합격자 30명 전원을 탈락시켰다. 이 소동은 반짝 비난 여론을 끝으로 취업준비생들이 피해를 입는 선에서 모두 일단락됐다.
■ “회사측도 취준생 법적 대응 쉽지 않는 점 잘 알아”
정식 합격했지만 취소되는 피해사례도 있다. 인터넷 취업 카페게시판에는 ‘경력직원을 뽑기로해 신입사원 채용을 취소한다’ ‘임원진들이 이력서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등 출근 하루 전날 합격취소를 통보받은 사연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서모씨(27)는 8월초 취업사이트를 통해 한 건실한 회사의 디자인 직에 입사원서를 냈다.
회사에서 원하는 포트폴리오 등을 열심히 준비한 보람일까. 서류, 실기, 면접 등을 마친 며칠 후 서씨는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서씨는 한달음에 고향집으로 내려가 부모님께 이 기쁜 소식을 알렸고, 친척 일가 모두로부터 축하 인사를 건네받았다.
입사 일을 기다리던 어느날, 아닌 밤중에 날벼락일까. 서씨는 합격한 회사로부터 “인사팀 막내의 실수”였다는 말과 함께 합격취소 통보를 받았다.
서씨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연거푸 죄송하다는 인사팀의 말을 듣자 안쓰럽다 못해 “아쉽지만 할 수 없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서씨는 나중에 그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가 취소돼 고용인원마저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 2013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896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합격 결정 후 회사 측의 번복으로 채용이 취소된 경험이 있습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30.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일방적인 채용 취소로 구직자들은 ‘다른 기업 입사지원 기회를 놓쳤다’(38.1%), ‘주위에 합격사실을 알렸다가 낙담했다’(37.4%), ‘좌절감과 스트레스로 질병에 시달렸다’(25.3%)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채용 취소를 당하고도 10명중 8명(80.2%)은 ‘별다른 대응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취준생들은 일방적인 합격 취소 통보에 대해 시간과 돈등이 없어 회사를 상대로 법적인 다툼을 벌이는 것을 꺼려하는데다 이를 회사측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