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500선을 돌파함에 따라 내년에는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주요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점차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돼 외국인들이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올해 말까지 2600선을 넘어서고, 약(弱)달러 기조 속에서 국내 경기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3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2500선을 돌파했다. 2500포인트 돌파 5거래일 만인 같은 달 30일에는 개장과 동시에 2500을 다시 넘어서 전일(2496.63포인트) 대비 0.21%(5.30포인트) 오른 2501.93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을 돌파한 지난 7월13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코스피 2500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미국 뉴욕증시가 기업실적과 경제지표 개선, 세제개편안 기대에 힘입어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호실적과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내내 2500선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오후 들어 2500선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장 막판 개인에 이어 외국인들이 순매수 규모를 늘리며 2500선에 다시 올라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2609억원, 외국인은 2818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5225억원 순매도했다. 이로써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1626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새 2530~2550선 돌파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1일 하루 동안 코스피는 2530, 2540, 2550선을 한꺼번에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2556.47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2347억원, 1114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외국인이 3064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사자’ 기조를 유지해 이 기간 동안 누적 1조16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중형주(0.12%)와 소형주(0.32%)에 비해 대형주(1.56%)가 빠르게 상승했는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는 전일 275만4000원보다 10만7000원(3.89%) 오른 28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점을 287만5000원까지 높여 전날 경신한 장중 최고가 277만2000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밖에 △SK하이닉스(3.77%) △삼성전자우(4.24%) △LG화학(2.73%) △삼성물산(1.01%) △삼성생명(1.85%) △삼성바이오로직스(5.73%) △KB금융(1.03%)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실적, 배당 확대 정책, 경영진 세대교체 등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강세가 이날도 이어졌다”며 “이에 따라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들의 우수한 3분기 실적 발표, 문재인 정부의 친주주 정책 기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내년 ‘코스피 3000시대’ 열릴까?
이번 코스피 상승 흐름은 2000선을 뛰어넘은 2007년보다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2007년 한해 동안 코스피는 1434에서 2064로 무려 44% 상승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고가 경신에도 불구하고 올해 코스피 가치는 2007년에 비해 저평가 국면”이라며 “특히 금리 수준을 감안한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는 2007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당시와는 증시 주도 주체가 다르다는 차이점도 있다. 2007년은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며 기관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개인이 활발하게 참여했으나 올해 상승세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2007년 기관과 개인이 각각 5조3000억원, 4조7000억원 순매수한 데 반해 외국인은 15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6조3000억원, 5조4000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7조8000억원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대북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축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중국과의 사드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2500선을 돌파했다”며 “글로벌 경기개선에 기반한 수출 증가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세 등 우리 증시 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코스피가 지난 3개월(7~9월)간의 조정 장세를 거치면서 에너지를 축적한 후 10월 들어 재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본다”며 “여전히 국내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경우 새로운 도약을 지속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가 최고 2600, 내년에는 30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말까지 코스피가 2600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지만, 내년 ‘코스피 3000시대’ 실현 가능성은 △약(弱)달러 기조 지속 여부 △주요국의 양적완화 △국내 기업들의 실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핵심은 약달러다. 올해 국내 증시가 좋을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나 유럽 등의 경기호조에 힘입은 선진국 자금이 약달러에 따른 환차익을 겨냥해 신흥국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일시적인 강달러 때문에 3분기에 잠시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면 올해 내내 외국인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내년에도 큰 흐름에서 약달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