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생리대의 안전성 평가기준을 바꿨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생리대에 함유된 벤젠 경우 한국과 유럽연합의 규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농도 0.1%면 사용 및 출시가 금지되는 유럽연합과 달리, 우리나라는 농도 85%이상만 유독물질로 지정한다. 유독물질 관리란 것도 ‘독성 있음’이란 표시 뿐, 사용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다.
그리고 85%이상 경우에도 특정 용도로 사용 제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기준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세계보건기구(WHO)은 2005년 위해평가 기준으로 평생 복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평가 기준인 ‘노출안전역(MOE)’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28일 국내 시판중이 일회용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의 함유량을 '안전역 검사기준'으로 조사한 후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식약처가 조사한 10종의 VOCs에는 유전독성 발암물질인 ‘벤젠, 에틸벤젠, 스티렌,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0월1일 “1급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화장품 원료의 위해성 평가에 사용하는 기준인 안전역(MOS)으로 검사한 것은 성급한 행보였다”고 꼬집었다.
발암물질 경우 일정 시점의 전신노출량을 가정한 안전역이 아닌 ‘노출안전역’를 기준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했었다는 의미이다.
사실 식약처도 발암물질 경우 노출안전역을 기준으로 검사를 진행했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10일 배포한 ‘식품안전 수준 바로 알 수 있게’ 보도자료를 통해 “위해도를 결정하는 안전기준은 비발암물질은 인체노출안전기준을 적용하고, 발암물질 경우 최근 독성기준값을 통한 노출안전역(MOE)을 산출해 위해평가하였다”고 기술했다.
천연물의약품 역시도 벤조피렌 경우 2016년 2월부터 노출안전역을 기준으로 한다. 식약처는 벤조피렌 노출안전역(MOE)이라는 계산식을 적용해 매일 해당 의약품을 평생 복용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위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음’에 해당하는 수치까지 낮추라고 국내 제약사에 지시했다.
산업 유해물질 규제에는 일반적으로 산업계의 입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까진 화학물질 규제가 국제적 붐을 이뤄 제한물질을 지정했지만 이후엔 산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지정을 못했다”고 언급했다.
국민 건강이 대기업의 장사 속에 위협받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승실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간사는 “유해물질 관리문제들은 국민생명과 건강문제에 직결되기에, 이를 가로막는 기업 비밀보호법 등을 국제추세에 맞게 재정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리대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4850억원에 달한다. 엘지생활건강(*제조사 엘지유니참) 유한킴벌리 등 대기업이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식약처의 생리대 위해물질 검출량 순위권을 살펴보면 대다수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등이 차지하고 있다.
엘지유니참은 엘지생활건강과 일본 유니참의 합작법인이다.
벤젠, 체내 축적…산모 혈액 통해 태아에 전달
벤젠은 유전독성 물질이다. 미국 독성물질 질병등록국(ATSDR)은 “벤젠은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로 전달될 수 있고, 백혈병을 초래하며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기술했다.
유전독성 발암물질은 이론적으로 단 하나의 분자에 노출되어도 유전자 손상과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생리대 안전 검사법이 활용됐어야 했다고 의료계 일부는 주장한다.
또한 벤젠 등 발암물질은 체내에 일부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TSDR은 “체내에서 벤젠은 대사산물로 변환된다. 일부 대사산물은 소변에서 측정할 수 있지만 이 검사는 노출 직후에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유력일간지 <중앙일보>도 온라인판 1994년 1월15일자 ‘벤젠, 톨루엔 섞인 수돗물-안끓여 마시면 위험’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장기 폭로시에는 백혈구가 감소돼 백혈병을 초래할 수 있다. 벤젠이 0.01ppm이 포함된 물을 마신 사람은 10만명중 1명(일본 2만명중 1명꼴) 정도는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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