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MB정부시절 떠들썩하게 진행됐던 자원외교 투자펀드가 최근 2600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불러오는 등 소위 ‘깡통펀드’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5월 지식경제부가 산업은행(GP)을 내세워 SK에너지, 삼천리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조성한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2011년 12월 2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인수했다.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는 2011년 12월 MMBtu당 4달러선에서 미국 텍사스 가스정 490개를 인수했다. 그 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해서 폭락해 2012년 5월 2달러선까지 추락했다가 서서히 상승해 2013년 3월엔 4.5달러, 2014년초에는 5달러선까지 올랐다. 만약 2013년 2월부터 2014년 9월사이에 적절한 시기에 매각했다면 손실을 크게 줄이거나 만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3년말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의 평가손실은 159억원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용사들은 적정 매각시기를 방치한 끝에 2016년 5월 2달러선으로 값이 떨어지자 비로소 일부를 매각해서 1,084억원의 손실을 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운용사는 남은 트로이카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 1호와 3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 총손실 규모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8월 농협중앙회는 에너지홀딩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해외유전(셰일가스)사모펀드인 마이애셋텍사스하이앤드유전 특별자산 1호에 상호금융자금 172억원을 투자했다. 문제는 헨리허브가격을 기준으로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2008년 5월 MMBtu당 14달러선부터 2009년 7월 3달러선까지 끝없이 폭락하던 도중에, 농협중앙회가 8달러선에서 미국 텍사스 가스개발 펀드에 서둘러 투자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초 해외자원개발 사모펀드에 농협중앙회가 다른 금융사들보다 앞서 회원 농축협이 맡긴 상호금융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회원 농축협으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으로 운용된다는 특성상 신규 투자에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띠어왔다. 실제로 수익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후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여 온 농협 상호금융이 새 투자처에 다른 금융사보다 서둘러 뛰어든 점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다.
2010년이후 셰일가스 개발 확대가 궁극적으로 국제 천연가스 요금을 하락시킬 것이란 국내외 보고서들이 줄이었음에도, 농협중앙회가 5달러선에서 매각이 가능했던 2010년 1월부터 2011년 6월, 그리고 2013년 2월부터 2014년 10월 사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16년 들어 2달러선으로 추락하는 일을 방치한 끝에 160억원을 잠정손실 처리한 것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각은 전적으로 자금운용사의 결정에 달린 것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매각을 거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최근 해외자원개발펀드의 손실 규모가 공개되면서 납득하기 힘든 가스 개발 펀드 조성과 투자, 그리고 운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부친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는 물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공성이 강한 국책성 금융기관에게 우선적인 피해를 안겼다는 점에서 골깊은 관치금융의 폐해를 다시금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또한 “하루 속히 농협금융이 관치금융이란 오명을 벗고 농민 조합원의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농협금융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