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과연 오늘날 노후의 안전지대가 있을까? 경제성장기에는 열심히 저축하면 개인의 노후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 불황과 저출산, 고령사회의 문제가 심각해지며 노후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연금 또한 턱없이 부족하고 가족도 더 이상 의지가 되지 못한다.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늙고 있다
2017년 8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7년’이다. 일본이 24년, 미국이 73년 걸린 경우만 봐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늙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후 대책은 전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막연하게 ‘저녁 없는 삶’을 살면서 일하느라 포기했던 일상을 노후에는 누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불행하게도 지금보다 더욱 가난하고, 원하지 않는 노동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사회복지전문가로 일본의 수많은 노인들의 사례를 곁에서 지켜본 저자는 전작 ‘2020 하류노인이 온다’에서 수입이 없고, 저축이 없고, 의지할 사회적 관계가 없어서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하류노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누구나 하류노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속편 ‘과로노인’에서도 오늘날 일본 노인들의 빈곤과 열악한 노동 상황을 보여주며 노인 빈곤 문제를 적나라하게 밝혀냈다. 문제는 이것이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금 없어도 안전한 사회
책 속 실제 사례들은 오늘날 한국 노인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가 가족과 사회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과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실제로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2017년 8월, 강연을 위해 한국에 왔을 때 곳곳에서 하류 과로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리어카를 끌며 폐지와 캔 등을 줍거나 구걸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우리도 거의 매일 수많은 과로 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3, 40년 뒤 모습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더욱 잔인한 현실은 병든 몸보다 끝을 모르고 불어나는 치료비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운 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노후’도 돈으로 사야만 한다. ‘요양’과 ‘간병’을 비싼 값을 주고 치러야 하는 등 복지 서비스마저 상품이 됐고 대부분의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빈곤으로 전락해야 한다.
또한 나이 들고 병들었을 때 의지할 곳도 없다. 경기 불황으로 모두가 어려운 때, 가족도 안전지대가 되지 못한다. 가족에게 의지할 경우 이는 ‘가족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가혹한 노동 환경, 빈곤, 유병 등의 문제는 대한민국을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만든다. 생각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노후 문제는 무거운 빚처럼 우리를 내리누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구조적인 차원에서 제시한다.
저축과 재테크와 같은 방법도 의미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금보다 중요한 노후 대책은 현금이 없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