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어느 곳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했느냐에 따라 동일 제품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유통과정이 다르고 서비스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동일한 제품으로 믿고 샀는데 일부 부품에서 품질 차이가 나거나 부가기능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이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결국 전자제품 구입은 ‘가격’이냐 ‘품질’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 <시사뉴스>는 경기도 분당과 죽전지역의 백화점 및 양판점들을 돌며 그 실태를 직접 짚어봤다.
판매처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
경기도 분당 정자동 소재 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통돌이 세탁기와 양문형 냉장고의 모델명을 확인하고 가격과 사양을 체크한 후, 경기도 죽전에 소재한 LG베스트샵에서 같은 모델 제품의 가격과 사양을 비교해 봤다. 분명히 같은 모델인데 세탁기의 경우 5만원의 가격 차이가 났다. LG베스트샵이 하이마트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판매처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LG베스트샵 측에선 “백화점이나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의 판매점들은 제조사가 원래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개별 샵에 따라 융통성 있게 다소간의 가격 조정을 해주거나 사은품 증정이나 이벤트 응모권 혹은 캐시백 혜택 등으로 보정을 해주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미세하다.
하이마트 등의 양판점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고 온라인 쇼핑몰 내에서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소간에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선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를 활용해서 그중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것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
온라인 쇼핑몰 측에서는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돼 있는데다가 매장운영비가 발생하지 않기에 백화점이나 양판점 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
기능은 같은데 부가기능만 다르다?
죽전의 LG베스트샵의 가전제품 판매 직원에게 ‘거의 같은 사양의 모델인데 왜 가격은 차이가 있느냐’라고 묻자 그는 “사실 약간의 디자인 차이거나 사소한 부가기능의 차이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 뿐 본질적인 기능은 사실상 같다고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일례로 통돌이 세탁기의 경우 ‘세제를 1차로 받았다가 세탁기의 통속으로 주입시켜주는 받침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정도’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굳이 지적한다면,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본질기능과는 무관한 외부 조명(라이팅)의 부착 여부 정도의 차이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실은 곧바로 온라인 유통망에 올라와 있는 제품들에서 확인 가능했다. 통돌이 세탁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 WA15M6850KY’모델과 같은 회사의 ‘액티브워시 WA15M6850KS1’모델은 거의 모든 기능이 동일했지만 가격은 전자(前者)가 671,290원(최저가 기준)이고 후자(後者)는 567,690원(최저가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LG전자 디오스 냉장고의 경우도 거의 대동소이했다. 870L짜리 냉장고로 용량이 동일한 제품인데 모델명 F879SS11V8700은 1,582,210원(최저가 기준)에 판매되고 있었고 F879SS32V8700모델은 이보다 꽤 비싼 가격인 1,983,700원(최저가 기준)의 가격이었다. 사양을 보면 용량, 도어 수, 냉동냉장 방식 등 기본 기능은 동일했다. 다만 신선야채실이냐 무빙바스켓이냐 멀티수납코너냐 매직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간이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LG전자 통돌이 블랙라벨 세탁기의 경우는 용량과 주요기능이 아예 동일하고 모델명만 약간 차이 났다. LG전자 통돌이 블랙라벨 플러스T15DS 모델은 판매가가 최저가 기준으로 564,250원이고 T15SS모델은 570,620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용모델’ 얘기가 나오게 된다.
유통채널에 따른 ‘전용모델’이 따로 있다
홈쇼핑이나 양판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제품의 주요 사양이 아닌 부분에서 일부 기능을 뺀 유통채널별 ‘전용모델’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회자(膾炙) 되고 있었다.
죽전의 LG전자 베스트샵의 판매 사원은 “판매처에 따라 들어가는 모델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사양의 제품인데 양판점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제조사 판매점과 백화점으로 납품되는 제품은 모델명이 다르다. 예를 들어 모델명의 숫자까지는 동일한데 마지막 알파벳 표기가 제조사 판매점으로 납품되는 세탁기는 SS인데 양판점으로 입고되는 모델은 DS로 표기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모델명만 봐도 어디로 입고되는 제품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즉, 유통채널에 따라 ‘전용모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분당 롯데 백화점의 전자제품 코너의 판매원은 “모델명별로 품질 차이가 나는 것은 사양은 거의 동일하다”며 “다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을 비교적 싼 재질로 마감하거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라이팅(조명)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예를 들면 격자무늬와 민자무늬 정도의 차이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빠져도 거의 티 나지 않을 정도의 부분만 그 기능을 빼고서 대신에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편의성을 높인 옵션이 추가된 모델이냐 아니냐의 차이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가격이냐 부가기능이냐
결론적으로 판매망에 따라 거의 동일한 전자제품이 가격과 디자인·부가기능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철저히 소비자들의 몫이다.
가격을 중시한 제품 선택을 할 것인지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부가기능과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