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정치권이 기승전 '6·13 지방선거'로 돌입한 모양새다. 주요 정치인들이 그 어떤 얘기를 하건간에 그 이면에는 '6·13 지방선거'가 도사리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간의 정치적 공방도 이런 측면으로 이해된다.
29일 추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중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의 통합 추진에 대해 "국민이 피곤해하지 않나. 난 그런 야바위 자체는 흥미가 없다"며 "촛불 이후 국민은 적폐청산을 바라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데, 아직도 정치기술적으로 서로 마음에도 맞지 않는 혼사 얘기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앙숙이다가 갑자기 눈이 맞고... 국민들은 이런 걸 구태정치라고 찍어버렸다. 왜 여의도만 그러지?"라고 꼬집었다.
추 대표의 이런 발언속에서 몇가지 함의(含意)가 보인다.
첫째는 과거 여러차례 벌어졌던 우리 정치계의 고질병에 대한 질타다. 특히 정당간의 이합집산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둘째는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정치인들이 행해 온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국민적 관점에서의 비판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는, 정부는 이른바 촛불 민심을 받들어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는데 어째서 유독 국회만이 구태를 반복하고 있느냐는 지탄이다.
계속해서 그는 지방선거 전망을 이렇게 내놨다.
"그간 경선 규칙 때문에 정당이 줄세우기 하고 계파정치를 했다. 그걸 차단하기 위해 이번에 정당발전위원회는 미리 공직후보자 선출 규정을 정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다"며 "우리 당은 후보를 공정히 심사하고, 경선룰에 따라 경선을 붙이며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당에서 의외의 인물을 내세우면 인물의 흥미도에서 우리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시스템에 맞춰 가다가 결국 마지막에 이기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추 대표는 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를 자연스럽게 띄우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공정성에 입각해 경선룰을 지켜가면 시스템적인 선거를 치룰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추 대표의 이런 언급은 결국 국회가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민주당만이 제대로된 시스템속에서 공정하게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니 최후의 승자는 민주당이될 것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기승전 '6·13 지방선거'다.
이런 가운데, 추 대표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고난 후, 이에 대한 안 대표의 반응이 흥미롭다.
안 대표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시무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당 내의 통합 움직임, 외연확대 움직임에 대해 평가하는 경우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양당통합이) 가장 두려워하고 우려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당 내부 일까지 (추 대표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그런 것을 통해 우리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며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지금 진행되는 통합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속에서 추 대표의 발언을 양당(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단 추 대표의 내정간섭(?)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추 대표의 야바위 발언 자체가 양당 통합의 정당성과 정치적 파괴력을 반증해주는 사례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안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짝 더 나갔다.
"남들이 길도 없는데 왜 그런 길을 헤쳐 나가냐고 비아냥거림을 하고 생채기를 내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가야 한다"며 "그렇게 만든 변화를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의 통합의 길을 가는 것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서라도 반드시 가야할 국민의당의 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추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에게는 물론이고, 현재 '극한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국민의당 내부의 통합반대파에게도 던지는 양수겹장의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안 대표는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저는 개인의 어떤 위치 때문에 통합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것이 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다. 통합을 이루는 데 제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심없이 대의를 위한 길을 추구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