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SBS에서 인기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방송인 이상민이 사는 집은 호수는 같은데 현관문은 2개로 나뉘어 있다. 채권자의 집 4분의 1만 빌려 사는 구조다. 드레스룸과 개인 방 하나, 그리고 거실 겸 주방, 화장실까지 모든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상민이 세입자로 살고 있는 이런 형태의 집을 세대분리형 아파트라고 한다.
거주와 임대 두 마리 토끼 잡는 세대분리형
부동산인포와 업계에 따르면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확실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임대인 입장에서 임대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집은 마련했지만 은퇴 등의 사유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노인층 등이 집 일부를 임대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모델이다. 또한 1가구 1주택의 절세효과도 가능하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도심의 좋은 입지의 아파트에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분리된 구조로 사생활 보호가 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관리비 책정 문제가 있다. 전기료 등 관리비를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서 부담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1주택에 두 가구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소음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고 세대 증가에 따른 주차 문제, 구조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면적이라도 기존 주택보다 높은 임대료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최근 정부는 처음부터 공간을 나눠서 지은 신축 아파트 외에 기존 아파트 1채를 소형 2채로 활용하는 세대 구분형 공동주택으로의 변경 방법과 절차를 종합 정리한 '기존 공동주택 세대 구분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 아파트의 공간을 나누기 위해선 먼저 집 구조를 살펴야 한다. 1개 이상의 개별 침실과 욕실, 그리고 부엌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야 한다. 독립된 생활을 위해 별도의 출입문을 만들어야 하고 구분된 세대의 주거 전용면적은 14㎡ 이상 돼야 한다.
세대 구분 공사에 앞서 다른 입주자의 동의 등 행정 절차도 필요하다. 공사 종류에 따라 해당 동이나 전체 입주자의 1/2 또는 2/3 이상의 양해를 구한 뒤,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물 구조와 소방시설 등 안전성 검사도 필수적이다. 이밖에 주차장 운영 기준과 같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정책마당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 혼자 산다' 전성시대
정부는 이번 '기존 공동주택 세대 구분 설치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소형주택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5.5%로 10년 전인 2006년(16.0%)에 비해 9.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1~2인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신규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방법과 절차를 종합적으로 알려드리면 좋을 것 같아 가이드라인을 마련·배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존 주택보다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1인가구는 상당한데 세대분리형 아파트가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얘기가 흘러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인가구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6만1000원 감소한 167만7000원이었다. 이들에게 임대료의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주거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세대분리형 아파트의 주 수요층이 될 수 있는 소득이 높은 1인가구의 경우에도 집주인이 옆 집에 사는 어색한 동거의 불편한 점 때문에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선택할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신규 분양단지마다 세대 구분형 가구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존 아파트에서 공사를 감수해가며 임대주택등록에 나설지도 의문"이라며 "업계에서는 오히려 세대분리형 아파트의 실질적 수요층은 '리터루족'(독립했지만 높은 전세가와 육아 문제 등으로 부모의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나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청년층)들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찾는 임대수요가 예상보다 적고, 집주인들도 실제로 임대하는 경우가 아직은 많지 않다. 매물이 있다고 해도 실제 거래되는 경우는 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