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1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던 금액 범위가 3·5·5만원으로 변경된다.
이날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식사와 선물 금액은 그대로 유지되고 경조사비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농축수산물 및 농축수산가공품에 대한 선물 한도는 10만원으로 2배 늘었다. 단, 농축수산물가공품의 경우 농축수산물 원료나 재료가 상품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또, 경조사비가 현금이 아닌 화환·조화일 경우에는 선물 금액이 10만원까지 가능하다.
농축수산·화훼업 타격에 일부 업종만 기준 상향
2016년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이 1년4개월 만에 개정된 이유는 시행에 따른 농축수산 업계의 매출 타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첫 명절인 지난해 설 주요 유통업체의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4585억원으로 전년 설 명절 5256억원보다 14.4% 감소했다.
특히 ‘국내산 농축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액이 1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과일 31% △쇠고기 24.4% △수산 19.8% △가공식품 7.1% 순으로 줄었다. 화훼업계 매출도 급감했다. 분화류의 가격은 전년 대비 13.2% 줄었고, 난류도 24.3% 떨어졌다.
지난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상정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의결하며 “축의금과 조의금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춤으로써 청렴사회로 가는 의지와 방법을 훨씬 더 강화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산 농축수산물의 소비가 촉진돼 농축수산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세밀하게 챙길 것”을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
상품권 선물 금지… 외부강의 사례금 규정 변경
새롭게 바뀐 청탁금지법에서는 상품권을 비롯한 유가증권을 공직자에게 선물로 줄 수 없다. 이에 대해 권익위원회는 “상품권 등의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내역 추적이 어려워 부패에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급 공직자가 격려 차원에서 하급 공직자에게 상품권을 주거나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 등은 제외된다.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공직자 등에게는 100만원까지 상품권 선물이 가능하다.
외부강의 사례금 규정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직급별로 상한액을 달리 정했으나 앞으로는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면서 직급별 구분 없이 상한액을 시간당 40만원으로 일원화했다. 아울러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공직유관단체 언론사와 일반 언론사의 사례금 상한액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간당 100만원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와 현실 여건에 맞도록 보완 신고기간도 연장됐다. 종전에는 외부강의 등의 사전 신고 시 사례금 총액 등을 미리 알 수 없는 경우 해당 사항을 빼고 사전 신고를 하게한 뒤, 외부강의 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보완하도록 했었지만, 개정안에 따라 해당 사항을 안 날부터 5일 이내에 보완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부패방지국장은 “경조사비, 선물의 가액범위가 조정되더라도 인허가·수사·계약·평가 등과 같이 공직자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면 현재와 같이 일체의 음식물·선물·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며 “이번 개정을 계기로 가액 범위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해소되고, 청탁금지법이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의 실생활 속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돼 청렴 한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