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대표의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함께 기소된 존리 전 옥시 대표는 증거 부족으로 1·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신 전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에 대해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존리 전 대표의 경우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한지 보고를 받지 못해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은 가습기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충분한 검증 없이 막연하게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제품 라벨의 내용을 신뢰해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하고 사용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등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심도 신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인체나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표시를 거짓으로 한 고의가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제조회사가 안전성 자료를 제출해 유해성 심사를 신청할 의무가 없었고 피해자 배상에 노력해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눈앞의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강한 흡입독성이 있는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다”며 “향후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옥시 연구소장 출신 김모씨와 조모씨에게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5년, 옥시 연구원 최모씨 징역 4년이 선고됐으며,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해 옥시에 납품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솜방망이 처벌… 잘못된 수사와 판결”
이날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성명서를 내고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참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부의 판결은 솜방망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특히 옥시의 전 사장이자 현 구글코리아 사장인 존리의 무죄는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너무나 잘못된 수사와 판결”이라며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최소 43개로 조사되는데 검찰이 기소해 재판을 받은 제품은 4개에 불과하다. 피해자를 많이 양산한 애경, 이마트 등의 제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았고 이들 기업들은 피해배상은 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살인기업들에 대한 사법체계의 진상과 책임규명은 일부 기업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다”며 “이제부터는 사회적참사 특별법이 보장하는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제도를 통해서 새롭게 진상이 규명되고 사법적인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