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부터 10일까지 방미할 에정인 가운데, 미국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메시지가 주목된다.
김정은의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느냐에 따라 '美北관계'는 물론이고 향후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의 전개과정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북특사의 방북결과와 관련된 해석이 분분하다. '대북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의 핵심은 6가지다.
1.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 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음
6.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
이 같은 6개의 '합의'사항중에서 향후 정국의 향배와 관련된 것은 3,4,5항의 3가지로 평가된다. 이중에서도 특히 3항이 핵심사항으로 회자된다.
이는 선후(先後)관계의 문제다.
이를 '북한이 미국에 대해 군사적 위협제거와 체제보장을 먼저 해달라'는 것에 우리 정부가 합의해준 것으로 해석하느냐 아니면 '검증가능한 완벽한 비핵화가 우선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보장을 해주기로 한 것'에 동의해준 것으로 해석하느냐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김정은에 말려들었다?
미국이 대북문제에 대해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왔던 CVID원칙(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약자.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폐기를 의미)이 이미 훼손됐고 우리 정부가 북한의 '말장난'에 당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간의 오찬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간의 언쟁에서도 이 같은 현격한 인식차가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개최 등 대북특사단의 성과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특사단 방북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지난) 30년간 북한에 참 많이도 속아왔다"며 "북핵완성 시간을 벌어주는 정상회담은 안 된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홍 대표는 "시간벌기용 회담으로 판명 나면 국민들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는데 대안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고 이에 홍 대표가 "모든 정보와 국제사회를 총망라하는 문 대통령이 그걸 내게 물으면 어찌하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정가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이 같은 대화 자체가 이미 미국이 미북대화의 기본전제조건으로 삼았던 CVID원칙은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즉, 김정은의 의도에 우리 정부가 말려들었다는 시각이다.
○노동신문, '핵 보유 정당성' 강조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단이 국내에 전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메시지와 상반된 흐름이 7일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나왔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4월로 예정됐다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및 기타 우리 대북특사단이 '남북합의 사항'이라고 발표한 사항들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는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정당당히 핵무기를 보유했다"면서 "우리 국가가 수소탄, 대륙간 탄도로켓을 보유한 것은 미국과의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투쟁에서 거둔 빛나는 승리"라는 언급은 나왔다.
아울러 "미국의 핵 위협 공갈 책동에 대처해 취한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조치는 정정당당하다"며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단독으로 맞서 우리의 제도와 민족의 운명을 수호해야 하는 첨예한 대결 국면에서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평화착시 현상?
자유한국당은 8일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남북합의문이 불러온 평화착시 현상을 경계한다'는 논평을 통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해소가 비핵화 조건이라면 주한미군 철수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김씨 왕조 3대에 걸친 위장술인 ‘비핵화가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을 비핵화 의지 표명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위장 비핵화 의지 표명’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북핵 폐기 로드맵이라도 있었던 2005년 9.19 합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이번 남북합의문은 합의를 위한 메모 수준"이라며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무력화 의도와 문재인 정권의 지방선거 이용이라는 이해관계 일치로 합의된 4월말 남북정상회담은 또 하나의 ‘위장평화 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정상회담은 핵 폐기가 전제되어야 하고, 대북 압박과 제재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면서 "한미연합훈련도 반드시 우리 일정대로, 우리 방식대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한국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보수 네티즌(da***)은 최근 대북특사단의 '성과'와 관련해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 무슨 진전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평창이후에도 남북정상회담쑈 이벤트를 만들어서 게속 가짜 평화무드를 선전하며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문재인을 활용하고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회피해보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남북정상회담 이벤트의 댓가로 김정은에게 무엇을 퍼주기로 이면합의 했는지도 전혀 투명하지 않다"면서 "김정은의 '구두약속'만을 그대로 받아쓰기 해와서 발표한 셈"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8일~10일까지 방미하고 그 이후 중국, 러시아, 일본 방문으로 이어지게될 우리 정부의 해외 파견 특사단이 가지고 올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