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잘나가던 평촌에 올해부터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난 한파가 몰아치면서 집주인들이 비상에 걸렸다.
전셋값을 수천만원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내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업계와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초역세권의 목련우성아파트 56.7㎡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3억원(15층)에서 올해 3월 2억3500만원(16층)에 계약됐다. 4개월만에 약 65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평촌역앞 초원 부영아파트 전용 50㎡도 지난해 10월 2억7000만원(10층)에 거래됐지만 올해 2월에는 6000만원 가량 내린 2억1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평촌 소형아파트발 역전세난의 가장 주된 이유로 전셋값으로 인한 피로감누적을 꼽는다. 전셋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 매수로 방향을 틀거나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역전세난이 나타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평촌 집값은 2006년 3.3㎡당 1541만원에서 지속 하락해 2012년 3.3㎡당 1208만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올해 3월 다시 3.3㎡당 1567만원을 기록해 전고점을 회복했다. 반면 전셋값 상승폭은 매매가를 압도했다. 2006년 3.3㎡당 591만원이던 전셋값은 침체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상승폭이 커져 올해 2월에는 2006년 대비 두배 이상 오른 3.3㎡당 1212만원을 기록했다.
평촌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나오고 있는 소형 전세매물의 세입자 상당수가 값이 저렴한 시흥 배곧, 남양주 다산, 동탄2신도시 등의 공공택지 아파트를 분양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잘나가던 평촌에 역전세난이 일어난 이유는 자금여력을 갖춘 수요자들이 중대형아파트를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촌지역의 전체 아파트 중 전용 60㎡ 이하는 49%, 전용 85㎡ 이하는 74%에 달해 압도적으로 중소형 비율이 두드러진 점도 중대형아파트 인기 회복에 도움이 된 셈이다. 자연스레 중대형 갈아타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형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게 되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많게는 90%에 육박해 갭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십수백 채의 아파트를 보유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다주택자의 대출이 어려워졌고, 4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중소형 전세매물이 시중에 대거 쏟아졌고 전셋값 하락을 이끌었다.
평촌의 역전세난을 두고 탄력을 받았던 평촌 집값이 조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 반면 전셋값 약세가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전셋값 하락을 이유로 매매가를 내리는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평촌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한 서울 출퇴근, 좋은 학군 및 학원가 등 자녀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은 여전히 좋다"며 "매매의 경우 수인선과 월판선 교통 재료와 안양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정비사업 분양 소식도 있어 조정기가 있다고 해도 단기간이거나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