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교육자치제도 도입으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재선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 교육감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 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조 교육감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외고와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감 재직시절부터 줄곧 추진해온 정책이자 이번 선거에서도 공약으로 내걸었던 외고·자사고 폐지를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외고와 자사고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이에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 개정이 현실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자사고·외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된다"며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엄정한 평가를 진행하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들은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살리기'에도 더욱 주력하기로 했다. 그는 "일반고 전체의 교육력을 높여 모든 학교를 상향 평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어떤 학교를 선택해도 양질의 균등한 교육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유권자들에게 보낸 당선사례에서 "서울교육 8년의 안정을 선택한 여러분의 뜻에 따라 더욱 따뜻하고 정의로운 미래교육을 만들겠다"며 "학교가 최고인 서울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교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실시된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14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4년전보다 진보 교육감이 1명 더 늘었다. 진보세력이 정치권에 이어 교육 영역까지 재집권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향후 4년 간 초·중등 교육에서 진보 교육정책이 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보수는 2곳(대구·경북), 중도 후보는 1곳(대전)에서 각각 이름을 올리는데 그쳤다. 현직 교육감은 12명이 출마, 모두 당선돼 현직 프리미엄을 입증했다.
서울에서는 현 교육감인 진보 성향 조희연 후보가 46.6%로 보수 성향 박선영 후보(36.2%)에 앞섰다. 인천에선 진보 성향 도성훈(43.8%) 후보가 고승의(29.8%) 후보를 제치고 당선인이 됐다. 경기에선 진보 진영 이재정(40.8%) 현 교육감이 보수 임해규(23.5%) 후보 등 경쟁자 3명을 따돌렸다.
부산에선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 김석준(47.8%) 후보가 김성진(27.1%) 후보를 눌렀다. 7명의 후보가 나온 울산에선 진보 성향 노옥희(35.6%)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 배출된 첫 진보 교육감이다.
충청권에선 진보 성향 현 교육감이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충북 김병우(57.1%), 충남 김지철(44.1%), 세종 최교진(50.1%) 후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강원에선 진보 성향 민병희 현 교육감이 54.1%의 득표율로 자리를 지켰다. 전북에선 현 교육감인 진보 성향 김승환(40.1%) 후보가, 전남에서도 진보 성향 장석웅(38.4%) 후보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강원(민병희)과 전북(김승환)의 경우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당선돼면 3선을 기록하게 됐다.
4파전이 벌어진 경남에선 현 교육감인 진보 성향 박종훈(48.4%) 후보가 당선됐다. 광주에선 진보 성향 장휘국(38.0%) 현 교육감이 중도 성향의 이정선(35.8%) 후보를 가까스로 눌렀다.
제주에서도 현 교육감인 진보 성향 이석문(51.2%) 후보가 보수 성향 김광수(48.8%)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
경북에선 보수 성향인 임종식(28.2%)가 같은 보수 진영 안상섭(25.3%) 후보를 누르고 1위로 결정됐다. 대구에선 보수 성향 강은희(40.7%) 후보가 진보 성향의 김사열(38.1%)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됐다. 대전에선 중도·보수 성향 현 교육감인 설동호(53.0%) 후보가 진보 성향 성광진(47.0%) 후보를 앞섰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논평에서 "그동안 지역교육은 사실상 ‘진영논리에 기댄 한 쪽으로 치우친 교육’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논란과 갈등도 표출되어 왔다"며 "교육에는 결코 보수와 진보가 없음을 잊지 말고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교육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이번 선거에서도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이 여전히 드러났다"며 "국가적·정치적 현안과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교육감 선거가 묻혀버려 '깜깜이'를 넘어 '무관심' 선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총연합회(전교조)는 "전교조 활동을 했던 교육감(당선인)이 8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면서 "이번 선거결과는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갈망과 진보적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으로 분포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 전교조는 냉철한 비판자이자 따듯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당선인들이 부디 현장 의견을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지역교육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