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집에서 요리를 해먹자니 시간이 별로 없고 자신도 없어요.” 혼자 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들의 흔한 고민이다. 그렇다고 매번 배달 음식을 시켜먹자니 가격 부담이 크고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금방 질리기도 한다. 오후 6시에 정확히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도 빨라야 7시 무렵인데, 그 시간에 요리까지? 맛은 둘째쳐도 아까운 나의 저녁시간이 ‘순삭(순간삭제)’되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비교적 적은 시간을 투자해 맛있는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직장인들의 고민을 조금 더 친절하게 헤아려주는 식품 매장이 탄생했다. 지난 1일 CJ제일제당이 선보인 ‘CJ올리브마켓(이하 올리브마켓)’이다. 올리브마켓은 CJ제일제당이 ‘햇반’, ‘비비고’, ‘고메’ 등 자사의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HMR 특화 매장이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요리보다 우선시되는 것들이 많아진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해 CJ제일제당이 야심차게 선보였다.
‘기존 식품 매장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기자가 직접 올리브마켓을 찾았다. 체험 후 기자가 느낀 것은 “데우기만 하면 조리가 완료돼 다 만들어진 음식이나 다름없는 HMR을 좀 더 성의 있게, 좀 더 그럴듯하게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의 노하우를 집약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대의 식(食)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모든 소비자를 위한 쇼핑 공간은 아니지만 다인가구가 줄어드는 현대사회 소비자에겐 편리한 쇼핑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R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박보검?
올리브마켓은 HMR 레스토랑인 ‘올리브 델리(Deli)’와 HMR 제품 및 식재료 매장인 ‘올리브 그로서리(Grocery)’, 두 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올리브 델리’에서는 전문 셰프들이 CJ제일제당의 HMR 제품을 모티브로 자사의 제품을 활용해 개발한 외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도시락과 샐러드도 판매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식사 메뉴는 세 가지 반찬과 국이 함께 제공되고 가격은 1만원 내외(9500~1만500원)다. 기자가 직접 먹어본 바로는 맛에서는 합격점이었지만, 올리브마켓이 직장인 소비자가 많은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점심식사로 사먹기엔 다소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 가격 책정에 대해 이해할만한 부분은 메인 메뉴에 들어간 주요 원재료가 풍성하다는 점이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올리브 델리’의 레스토랑 코너가 자사 제품을 모티브로 자사 제품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느낌이 우선 와 닿는다. 남다른 인상을 남길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더 눈에 띄는 것은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듯 HMR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벤딩머신이다.
‘올리브 델리’에 구비된 3대의 벤딩머신을 통해 소비자들은 ‘햇반컵반’과 ‘고메’ 제품 설명을 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벤딩머신 옆에는 전자레인지와 정수기, 개수대, 수저, 젓가락, 물티슈, 쟁반 등이 준비돼 있다. 제품 구매부터 조리, 취식까지 가능해 ‘업그레이된 편의점’같은 느낌이다. 오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일부 오전 시간대에는 양지채, 계란지단채, 양파채, 데친 콩나물, 대파 슬라이스, 참기름 등의 고명과 ‘비비고 김치’가 마련된 토핑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벤딩머신에서 선보이는 ‘햇반컵반’은 올리브마켓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박보검 스페셜 에디션’ 제품이라 대단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오픈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배우 박보검의 얼굴이 크게 자리한 ‘햇반컵반’을 사기 위해 몰린 팬들로 인해 매진되는 일이 잦을 뿐 아니라, 영상에 나오는 박보검에게 윙크를 하는 등 애정 표현을 하는 팬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동대문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알려진다면 이 벤딩머신은 그의 팬들에게 사랑받는 관광 코스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CJ제일제당 측도 현재 5종에 불과한 ‘박보검 스페셜 에디션’ 제품 종류를 더 확대할지 고려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HMR, 어디까지 활용해봤니?
‘올리브 델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올리브 그로서리’에는 CJ제일제당의 HMR 제품이 총망라돼 있다. HMR 제품 외에 CJ제일제당의 여러 식·음료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제품과 각종 과일·채소 등의 신선식품을 선보인다. ‘햇반컵반 박보검 스페셜 에디션’과 같이 다른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다양한 기획 상품도 구비돼 있다.
‘올리브 그로서리’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HMR을 200% 활용해 즐길 수 있도록 난이도에 따라 제품 관련 요리법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치즈찜닭을 만들고 싶은 소비자는 ‘비비고 찜닭’과 ‘백설 햇당면’을 이용해 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요리법과 필요한 식재료가 적힌 ‘레시피 카드’를 제공받을 수 있다. 불린 당면을 찜닭과 섞어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는 요리법이 난이도 별 4개(최고 난이도가 별 5개)이기 때문에 요리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도해 볼만하다. 직원에게 문의하면 필요한 식재료들을 찾아준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매장에 도입된 점도 눈에 띈다. 냉동 매대 전면에 투명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진열 제품과 브랜드 콘텐츠가 동시에 노출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술 지원으로 탄생한 사물인터넷(IoT) 매대에서는 스크린 양쪽에 진열된 각각의 제품을 터치하면 스크린에 관련 영상이 나온다. 이 외 배치된 다른 스크린에서는 CJ제일제당의 HMR 제품 종류를 살펴볼 수 있고 브랜드 스토리와 광고 영상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나 편리함이 과연 무엇인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다양한 영상으로 매장의 화려함을 더하는 수준이랄까? 구매하려는 제품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제시하고 이 중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레시피 카드’를 직접 인쇄할 수 있다거나,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 함유한 영양성분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더 보충하고 싶은 영양소를 선택했을 때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방식이라면 좀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들이 올리브마켓을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혁신적인 공간’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방문한다면 실망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올리브마켓을 통해 식품시장의 ‘대세’ HMR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최적화 매장을 선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아직은 시작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에 기대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