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상습성추행’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9일 열린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판결했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 단원 8명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여배우의 신체를 만지기도 한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여자 배우들을 성추행해온 점, 그다지 반성의 기미가 없고 피해자들이 엄벌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와 연출자로 큰 명성을 누렸고 단원들 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것과 동시에 각자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지시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악용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깊은 좌절감을 겪어야 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이 전 감독은 미투 사건 중 첫 실형 사례로 기록에 남게 된다. 이는 무죄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는 대조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지사와 이 전 감독의 결정적 차이는 쟁점의 여부였다.
두 사람은 모두 ‘권력관계’에서 약자에 속하는 이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지만 안 전 지사는 ‘성관계가 강압적이었느냐(성폭력을 했느냐)’, 이 전 감독은 ‘성폭력이 상습적이었느냐(상습적인 성폭력 행위를 했느냐)’를 놓고 법률적 다툼을 벌였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서 자신을 고소한 김지은 씨와 A씨의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성관계는 있었으나 강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즉 강제성의 여부가 핵심이었고, 안 전 지사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여 준 것이다.
반면 이 전 감독의 사건은 성폭력을 사법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부분에서 상습성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오갔다.
이는 이 전 감독이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받아줘서 (성추행인줄) 몰랐다”고 항변하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못한 게 동의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재판부가 이 전 감독의 주장을 일축한 대목에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