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옅어진 치열함, 짙어진 브로맨스

URL복사

전설의 탈옥기... 원작에 대한 다른 접근, 시대정신의 차이 <빠삐용>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탈옥물의 바이블인 1973년 영화 <빠삐용> 이후 앙리 샤리에르 동명소설이 두 번째로 영화화됐다. 마이클 노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금고털이범 ‘빠삐’ 역은 <퍼시픽 림> <잃어버린 도시 Z>의 찰리 허냄이, 백만장자 국채위조범 ‘드가’는 ‘보헤미안 랩소디’로 주목받은 라미 말렉이 연기했다.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한 남자가 비인권적 시스템을 견디며 죽음을 각오하고 악명의 수용소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빠삐용>은 1968년 출간 돼 전 세계 30개국, 1300만 부 이상 판매된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소설이다. 이 원작을 바탕으로 1973년 거장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하며 원작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샤프너 감독의 <빠삐용>은 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전작의 명성이 너무 높다보니 <빠삐용>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노어 감독은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연출 스타일로 충실하고 무난하게 원작소설을 재현해냈다. 73년작이 인물의 처절한 처지와 그에 대비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절박하고 강렬하게 그린데 비해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빠삐’와 ‘드가’의 브로맨스에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두 인물의 감정이 끈끈해지는 과정은 생존의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인간적 가치로 부각된다.

현대적 편집으로 전작에 비해 호흡이 빠르지만, 캐릭터의 고통에 대한 동질감은 약하다. 잔인한 장면은 전작과 달리 제법 많은데도 불구하고 73년 작의 현실이 더 잔인해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73년 작 <빠삐용>은 시대정신이 잘 표현된 영화다. 30년대 사건을 다룬 원작 소설을 처음 영화할 시기에 이 원작의 내용은 대중들에게 그리 먼 시기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했다고 주장하는 원작자가 영화에 참여할 정도였으니 이 사건은 당시만해도 ‘살아있는’ ‘가까운’ 과거였다.

소설의 내용 또한 한 남자의 특별한 경험이지만 보편성을 띄는 지점이 있었는데 바로 전체주의에 대한 집단 기억이었다. 70년대는 비인권적이고 권위적인 전체주의라는 과거 체제에 대한 저항이 극에 달했던 시기고 단순한 생존을 넘어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상이 널리 퍼졌던 상황이다.

영화 <빠삐용>은 감옥에서 탈출을 거듭하는 한 남자를 통해 당대 대중들의 자유의지와 공감하고 불을 지피는 시너지를 이룬 트렌디한 영화였던 셈이다. 물론, 자유의 숭고함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이지만, 오늘날 만들어지는 <빠삐용>이 이 같은 철학에 간절함을 가지기에는 시대적 가치가 너무 변했다.

뜨거운 감정 빠진 흥미로운 재현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30년대에 이런 시스템과 사건도 있었고 이런 사람도 있었다라는 것을 전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두는 느낌이다. 73년과는 달리 이 시대에 30년대 탈옥기는 어쩔 수 없이 신기한 옛날 이야기에 가까워진 탓이라고 생각된다.

이 같은 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마지막 장면이다. 73년 작 <빠삐용>의 결말은 실패가 거의 확실한 탈옥, 죽음이 예상되는 상황을 무릎쓰고 바다에 뛰어드는 ‘빠삐’와 체념과 안주를 선택하고 섬에 남기로 한 ‘드가’를 대비시키며 드라마틱하고 여운이 강한 마무리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빠삐용>은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하는 모습,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형무소의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빠삐용>이 실화라지만, 사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앙리 샤리에르는 70%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로 소설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지만, 여러 검증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적지 않다. 그가 누명을 쓴 것인지 진범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수용시설과 운영방식은 실제했던 것이니만큼, 원작자가 들은 이야기와 경험한 이야기를 짜깁기 해서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이 모든 것이 진짜 당신이 경험한 것이냐”는 출판사의 질문에 “많은 사람이 경험한 것”이라는 모호한 대답으로 처리했다. 물론, 이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시대적 현실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지만, 논란에서 피해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요즘 영화의 유행이기도 한, 실화라는 점이 가장 강점인 작품이다. 하지만, 73년작 <빠삐용>은 이것이 실화이든 아니든, 심지어 누명이든 진짜 범인이든 상관없이 의미있는 영화다. 같은 원작에 대한 이 같은 다른 감성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치열했던 70년대와 달리 이 시대에 그런 것들이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됐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의 <빠삐용>은 매끄럽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의 <빠삐용>이 가진 뜨거운 감정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배우의 브로맨스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與 차기 원내대표 주자들 발걸음 시동...이철규 출마 최대 관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일정이 다음 달 초로 확정되면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주자들 발걸음에도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으로서 192석의 거야를 상대하며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요구되는 자리다. 아직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힌 의원은 없지만 당내에서는 벌써 서너명의 이름이 압축적으로 거론된다.최대 관심은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의 출마 여부다. 이와 관련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보다는 당을 잘 되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직 출마 여부에 관해 말을 아끼는 분위지만, 주변에서는 차기 지도부로 역할을 염두에 둔 '몸풀기'라는 시각이 많다. 이 의원은 강원일보와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역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며 "지금은 당선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아우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4선 반열에 오른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원내 경험이 탄

경제

더보기
[특징주] 소프트캠프, 日 최대 IT 전시회 '재팬 IT 위크' 참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소프트캠프는 전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IT전시회 '재팬 IT 위크(Japan IT Week Spring)'에 참가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재팬 IT 위크는 일본 IT를 선도하는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클라우드 보안과 정보보안 등에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서비스를 소개하고 최신 보안 이슈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소프트캠프는 클라우드 섹션에 '제로 트러스트 텔레워크 보안 대책'을 주제로 참가한다.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웹 격리 보안 서비스 실드게이트(SHIELDGate)를 주력 서비스로 내세운다. 실드게이트는 일본 지자체 업무 단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하는 데 있어 정보보호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보안 조치를 충실히 준수한다. 리모트 브라우저 격리 기술은 내부망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안전하게 돕는다. 격리된 웹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 편의성과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망분리와 동일한 외부 위협 차단 효과도 제공한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권고하는 텔레워크도 제로 트러스트 기반으로 구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

사회

더보기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정부 “사직 효력 없을 것”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25일부터 병원과 진료과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한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법적으로 사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이날부터 사직에 들어간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지난달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날로 1개월이 지나 민법상 사직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 총회 후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서 수리 정책과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국립대 전임교수의 경우 '공무원' 신분이어서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있어야만 사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대학 총장 등 임용권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사직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제출된 사직서라도 형식상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

문화

더보기
한 산림과학자의 집념과 끈기가 밝혀낸 아픈 역사의 민낯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우리 땅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老巨樹)들의 대부분이 일제에 의해 심어졌다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국립산림과학원 출신의 산림과학자가 전국 곳곳에 있는 전나무 노거수들이 일제의 잔재임을 고찰한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환경은 전나무가 자생할 만한 생육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1980년부터 약 40여 년간 산림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저자는 우리 남부지방 곳곳의 사찰에 전나무 노거수들이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이에 대한불교 조계종 24개 교구 본사와 조선 왕릉, 대관령 산신당,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통영 충렬사, 권율 장군의 묘소 및 각지의 공공시설을 답사하며 조사했다. 전나무가 가슴높이 직경 60~100cm 정도로 자라는 데는 80년에서 100년 이상이 걸린다. 저자가 답사한 각지의 전나무들 대다수의 크기가 이 가슴높이 직경에 해당했다. 즉, 이 전나무들이 사람에 의해 심어진 것이라면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 일제가 심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슴높이 직경 60~69cm급의 나무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 중의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나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