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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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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과거 이 프로그램의 이전 시즌에도 두 차례 도전했으나 예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그가 오랜 시간 무명 속에서 노력해 온 가수라는 점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방송은 그의 음악과 무대보다 개인적인 사연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20여 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소개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경연 장면 사이사이에 투병 중인 어머니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어머니를 향한 딸의 마음이 강조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게 흔들렸다.

 

물론 경연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인생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무대 뒤에 있는 삶을 보여주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노력과 아픔,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에 있다. 공감과 감동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지나치게 반복될 경우, 그것은 공감을 넘어 의도된 감정 유도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부모나 가족의 투병 이야기처럼 무거운 사연이 계속 강조되면 시청자는 어느 순간 음악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 감정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연의 본질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노래와 무대로 평가받아야 할 무대가 어느 순간 사연과 눈물의 경쟁처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청자 일부는 “정말 실력으로 우승한 것인가, 아니면 감정에 호소한 결과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이 참가자는 굳이 그런 연출이 없어도 충분히 우승 후보가 될 만한 실력을 가진 가수였다. 오히려 과도한 감정 연출이 자칫 ‘감성팔이’로 비춰지고, 그가 쌓아온 음악적 성취를 가리는 결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이 감동을 더 크게 만들려 했던 의도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승의 가치에 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말았다.

 

대중은 감동에 약하다. 하지만 동시에 진정성에도 매우 민감하다. 억지로 만든 눈물은 잠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어도 오래 기억되지는 않는다. 반면 진심이 담긴 노래와 무대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다.

 

경연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어야 한다. 참가자의 사연은 그 음악을 이해하는 배경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무대를 대신할 수는 없다. 감동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 제작에서도 오래된 교훈 하나가 늘 반복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과유불급’이 되고 본래의 가치를 흐리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감동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키운 눈물은 결국 감동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

 

진짜 감동은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진정성 위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것이다. ‘진’으로 등극한 이 가수는 가슴 아픈 가정사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우승할 만한 실력이었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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