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원로인 통합민주당 최다선(6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9일 여당과 야당 모두에 대해 30년 의정생활을 마감하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남겼다. 극단적 정치 불신에 대한 회환과 불신 해소를 위한 여야의 결단과 각오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김 전 의장은 이날 17대 마지막 임시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불신의 한계를 넘어서 참으로 비정상적인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고, 정치에 대해 불신하는 단계를 넘어 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무관심이 조성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 정치불신이 해소되지 않고는 우리 정치권이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국가역량을 묵혀 둘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법치주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야당은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여당은 끝까지 야당과 성실하게 타협한다는 선언을 하면 좋겠다"고 동료, 후배 정치인들에게 협상과 포용의 정치를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여러분은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이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자들이며 민주세력의 본산"이라며 "국민의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치 경제 위기에서 노조가 무파업 선언을 하는 것 같은 정신으로, 18대 국회에서는 물리적인 힘으로 단상을 점거하고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태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10년만에 여당으로 되돌아온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행태에 대해서 국민들은 독선과 독주를 하지 않느냐는 염려가 많다"며 "10년만에 어려운 생활을 통과해서 절대 다수의 집권 세력이 됐으므로 소수자에 대한 존중임을, 다양성에 대한 존중임을 알고 이러한 자세를 실천할 때에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대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또 4.9 총선 공천심사제도와 관련, "여야 모두 막중한 책임인 공천심사를 정치권 밖의 인사들에게 맡기고 당 지도부에 속하는 인사들까지도 공천 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국민들의 극단적인 정치 불신을 완화하려는 몸부림이었다고 이해를 하지만 두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되는 부끄러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여야 의원들이 새로운 결심과 각오를 가지고 무엇보다 앞서서 불신을 해소하는데 손잡고 같이 노력해 달라"며 "이 부탁의 말로 30년 의정생활을 마감하고자 한다"는 말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는 1979년 10대 때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했으며, 17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