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와 식량주권

2009.04.20 16:04:04

식량은 생존이다. 1996년 세계식량정상회의는 식량안보에 관한 로마 선언문을 채택하고 있다. “식량안보란 모든 사람들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 음식욕구와 선호를 만족시키고 언제나 충분하고 안전하며 영양가치 있는 식량에 물리적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농업협정에서도 농산물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다원적 가치로서 식량안보가 적절히 고려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것을 토대로 UR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의 거래에서 “예외 없는 관세화의 원칙”이 적용되었으나 “쌀” 만은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초 국제곡물가격이 두 배로 뛰자 아시아 아프리카 25개국에서 연쇄적으로 식량폭동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980년 기상이변에 의한 냉해로 쌀이 부족하자 평년의 3배나 되는 높은 가격으로 쌀을 수입한 경험이 있다. 영국은 해외로 부터의 곡물 수입을 막던 곡물법이 1846년 폐지되고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자 곡물자급률이 19%로 낮아진 적이 있었다. 1914년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의 해상봉쇄로 식량위기가 있었고 전쟁이 끝나자 곡물자급률을 90%로 높였다. 동서 냉전시 대에 구 소련도 식량부족으로 국가간 협상력이 떨어져 곤경에 빠진 적이 있었다. 북한도 요즘 식량부족현상이 심하다. 우리가 먹는 중립종 쌀의 금년초 국제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86.8%로 고공행진이다. 다행히 인디카 계통의 장립종 쌀과 옥수수, 콩 등의 국제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WTO협정에서 관세화 유예를 받고 있는 쌀을 언제까지 최소시장접근물량(MMA)으로 수입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의 쌀 수입은 WTO협상에서 1995년 국내소비량의 1%에서 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2004년 까지 4%를 가공용으로 수입하고, 이후 도하개발협상(DDA)에서 2005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 2014년에는 8% 까지를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수입된 쌀의 밥상용 시판도 2005년 수입량의 10%에서 점차 늘려 2010년에는 30%를 시판토록 규정하고 있다. 농가의 영농 경영비는 올라가고 있는데 쌀 가격은 정체 내지는 뒷걸음 치고 있어 농가소득이 정체되어 있는 큰 요인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국제 쌀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올라 쌀 생산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서도 조속히 중도 관세화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의무수입량을 줄여 2014년 이후 고착화 될 쌀 수입량을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다는데 있다.
또 하나는 국제 곡물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국제곡물시장 가격파동은 대개 7~8년 주기로 이어 진다. 18세기말 발표된 맬서스의 “식량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식량부족현상을 예고”한 ‘인구론’의 망령이 나타났다 해서 지난해 한동안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사료용을 포함하여 27.2%이다. 순위로 따지면 세계 131위 이고 OECD 30개 국가 중에서 28위 이다. 일본의 22.4% 보다는 앞서 있지만, 일본은 세계에 1,200만ha에 달하는 식량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자국의 경지면적 470만ha의 2.6배 이다. 일본은 이미 30년전에 미국현지에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와 같은 전농(全農)이 100% 출자한 젠노 그레인 코퍼레이션(ZGC)을 설치해 안정적인 곡물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다. 콩의 경우에도 브라질 세라도 지역에 안정적인 콩 보급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식량자급률목표를 50%로 상향 조정하였다. 세계 식량문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중국의 경우에도 지난해 식량자급률 목표를 95%로 천명하였다. 2억의 아랍세계로 둘러 쌓여 있는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의 식량자급률도 95%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유사시 대비한 곡물재고 보유권고량은 연간소비량의 16~18%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곡물 수출국은 석유수출기구(OPEC)와 같은 식량수출국기구 결성을 구상중 이라고 한다. 최근의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식량문제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경제성장이 식량안보를 지켜 주지 못한다는 것과 WTO가 지향하는 자유무역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목격하고 있다.
식량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지구 온난화, 기상이변 등으로 농작물 작황이 계획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기온이 상승되어 농작물 작황이 불규칙할 뿐 아니라 물 부족현상이 지구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로포장 등 도시화로 강수량이 바로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 지하수 침전이 적어지고 기온의 상승으로 대지와 호수, 강 등의 저수량이 메말라 가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우려되고 있는 의견은 원유 부족사태보다 물 부족사태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식수와 공업 및 농업용수의 수요는 21년마다 두 배로 증가하여 세계인구증가율을 넘어선다고 예견되고 있다.
둘째,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늘면서 곡물자체의 소비증가뿐 아니라 곡물소요량이 높은 육류소비가 늘면서 전체적인 곡물수요가 커 진다는 것이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곡물은 7kg, 돼지고기는 4kg이다.
셋째, 바이오연료 수요증대로 옥수수 등 대체에너지로 전용되는 농지가 늘어 곡물생산량은 줄어 들고 있다. 1997년 도쿄의정서는 선진국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3년 부터는 우리나라도 발리 로드맵에 의거 온실가스 감축의무국가와 탄소배출권시장에 진입될 예정이다.식량공급이 부족할 것을 예견한 국제투기자금도 식량파동을 부채질 하고 있다.
넷째,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업의 수익성이 감소되어 생산기피현상과 농업인의 영농의욕이 감퇴되어 있다. 농산물 시장개방은 일부 농산물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생산감소, 가격폭등의 악순환의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농촌인력의 고령화에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식량은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먹거리이다. 식량은 그 어느 누구도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누려야 하는 안보 차원에서의 공공재(公共財)적 성격을 갖는다.
식량 확보는 일시에 이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에 계획을 세워 확고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첫째, 식량자급률 목표를 국민건강 관리측면에서 열량 칼로리 기준으로 목표를 세워 중장기적으로 자급률 목표를 상향 설정하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우량농지를 농업진흥지역으로 확보하여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춰 나가야 한다. 기후의 온난화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해 질 수 있는 벼의 2기작 영농기술과 품종개량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공공비축제를 확대하고 영농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소득보전직불제의 제도적 정착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넷째, 안정적인 식량확보를 위해 곡물 수입국가를 다변화 해 나가야 한다. 쌀 생산과 소비상관계수가 낮은 국가와의 신뢰 구축으로 수입선을 확보하고 해외농지 확보와 개발에 노력해 나가야 한다.
유엔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2009년 식량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곡물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항상 목뒤를 노리는 칼날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곡물을 놓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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