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떼놓고 기자실 개혁하겠다더니...”

2009.06.12 15:06:06

'언론개혁'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비공개 대화록'을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이 보내왔다.
이준희 회장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에 참석했었고, 토론을 끝내고 티타임 시간에 나눴던 이야기를 기록한 비공개 대화록을 공개한다. - 편집자 주


'억장이 무너진다'는 심정이 이런 것이네요.
지난 토요일 난데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주말 내내, 그리고 오늘까지도 막막한 심정이 가시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있고, 그런 것을 떠나서 너무나 황망하게 세상을 버린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니 비통함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건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성급한 의견을 내놓긴 어렵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과 충성스런(권력의 하수인이라고 비판받는) 검찰의 과잉,망신주기 수사, 조중동 등 수구족벌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길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만,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한 정권과 검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악의적인 언론의 보도는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주역에 다름 아니라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과 조중동 수구족벌언론의 악연이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재임 중 극도의 비판을 받았던 기자실 개혁 추진은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노 전 대통령, 그 자신이 '목을 떼 놓고 한다'는 것이던 언론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임 말기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기자실 개혁은 그 정당성과 취지를 십분 이해하며 지지합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2007년 5월부터 당시 취했던 기자실 개혁의 방법론이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가는 의문입니다.
방법론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며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수구족벌언론뿐만 아니라 개혁적인 언론조차도 반대했던 기자실 개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정권과 허구한 날 악의적인 왜곡보도와 대립을 일삼던 언론과 검찰의 동맹,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에 의해서 이미 타살됐으며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벼랑 끝에서 비운의 몸을 던졌습니다.
이른바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던 날이 2007년 5월 22일임을 감안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결코 언론과 국정의 대립과 갈등을 원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기자실 폐해로 인한 소모적인 논란을 다음 정부(현재의 이명박 정부)로 넘기지 않고자 했습니다.

가신 분의 말을 꺼집어 내어서 뭐하긴 하지만, 이제껏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2007.6.17)> 뒤, 티타임(Tea Time) 때 노 대통령과 저를 포함해 언론단체장들이 나누었던 솔직한 대화를 공개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 중에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나 표현도 있지만, 당시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기자실 등 정부 기자실 개방 이후, 집권 말기에 왜 '기자실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는지 그 심정(솔직한 어법(표현))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2001년 12월말 <디지털 말> 편집장 재직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노무현 상임고문을 만나 인터뷰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인터넷매체에 대한 청와대 등 정부 기자실 개방을 요청했으며 의지를 묻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집권하면 검증된 인터넷매체부터 청와대 기자실을 개방하겠다"고 약속을 받은 바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터넷매체에 대한 극심한 차별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인터넷매체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통령과의 인터뷰 등에서 조중동 등 일간지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아예 대통령과의 인터뷰나 편집국장 오찬 등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직전 대통령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인간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몰고 한 데에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구족벌언론뿐만 아니라 언론(인) 전체의 책임이 큼을 직시합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께 사과드리며, 진심으로 명복을 기원합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당시의 저의 취재수첩에 기록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었습니다. 대화도중 노 대통령은 '담배를 하나 피자'면서 '담배가 없느냐'가 물었습니다. 참모진과 경호원 중 아무도 담배를 내 놓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당시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이 평양에서 사온 담배인 북측 담배 '묘향'(또는 '금강산')을 꺼내서 노 대통령께 전했습니다. 정 회장이 '북측 담배'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괜찮다'면서 묘향담배를 하나 건네받아서 (아주 맛나게) 피웠습니다.
그 때 시각이 저녁 8시 10분이었습니다. 노 대통령과 언론단체장과의 TV토론회 이후 티타임(Tea Time)은 10여 분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의 일정상 긴 대화는 하지 못했고, 저도 한마디를 했는지 안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2007년 6월 1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이후 언론단체장들과의 티타임(Tea Time)에서 나누었던 대화록의 일부입니다.
당시 수첩에 기록되어 있던 내용을 옮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티타임 대화내용 (2007년 6월17일, 언론인과 대화 토론회 관련)
- (언론인의 대화 때 패널(단체장들이)) 날이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기자들(이 주장하는) 요지가 뭔지 놓고 한번 토론회 해 봅시다.
- 정보공개 제도 최소한 충실히(정보공개에 응하도록)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
- 대통령 보고서도 나한테 쉽게쉽게 올라오지 않느냐.(정보공개 제도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
(10.4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언론의 왜곡보도를 말한 대목)
- 관계장관 부처회의에서 보고서가 올라왔다고 언론이 보도했는데
- 부처 협의 안했다. (통일부)장관도 모르고.
- 정상회담을 할 놈은 난데 (나도 보고 받은 바 없다는 의미)
- 통일부 문건 나왔다고... (언론이 죄다 보도했다며)
- 그것 (없는)보고서 내줄 수는 없는 거고.
- 장관한테도 (정상회담 추진 보고서가)안올라 간 것이다.
(기자실 논란과 관련)
- 기자들이 얘기한 것 수렴해 (기자실 개혁) 하겠다.
(홍보수석 : 언론단체와 TFT 구성하겠습니다.)
- 우선 (합의)되는 것부터 합시다.
- 브리핑 룸 몇 개 할지 합의하고 공사 넘어갑시다.
- '공사는 유보하라'라고 민주언론협회(민언련)가 성명을 냈지만, 이 (기자실) 싸움은 (언론)단체장들이 책임감이 있으니 (성명에서) 부드럽게 얘기한 것이고, 기자들이 (기자실이 줄어들면) 심정적으로 불편하니 확 들고 일어난 것 아닌가?
(이보경 기자협회 부회장 : 지금 주식도 좋고 경제가 좋은데 (출입)기자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기자실을 축소하지 말고 확대공사를 해 달라)
(기자실 폐해 개혁과 관련)
- 우리 (언론사의)기자들이 기사를 너무 많이 쓰고 있다.
- 근데 보면 (언론에서) 아무 쓸데없는 기사 쓴다(왜곡보도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
- (왜곡보도를 하는 그걸 보면서) 솔직히 이런 무식한 놈(언론사)이 어디 있나는 생각도 든다.
- 하지만 (참여정부와 언론의 대립)이런 싸움은 어디선가 넘어서야 한다.
- 사실 (기자실의 폐해를 개혁하자고 하니까) 참모들이 다 말렸다. 그러나 (이대로 기자실의 폐해를 둔다면) 다음 정부에 (그 후과가) 다 돌아갈 것 같아서 '대통령 목 떼 놓고 하라'는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몰아붙여서 했다.
-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라고 보도하는데, '대통령의 그냥 지시'가 아니라 '강력한 지시'이다.
- 나는 기자실 개혁을 해서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할 책무가 있다.


김명완 happyland@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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