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직접투표' 방안 냈지만…장시간 실외 대기·참정권 침해 논란 남아

2022.03.07 17:39:08

 

'바구니 투표'로 뭇매맞자 부랴부랴 긴급대책 마련
외출허용시간 30분 조정…인력·기표소 총 동원키로
본투표 수요 예측은 아직…"대기 감안해 나와주셨으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관리 난맥상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바구니 투표'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오는 9일 있을 본투표에서는 확진·격리자들도 투표함에 직접 투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확진·격리자들의 본투표 수요 예측이 정확히 돼 있지 않고 투표소 여건에 따라 장시간 실외 대기를 해야 하는 문제도 해소되지 않아 본투표가 잡음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본인확인 완료 뒤 사전투표줄 대기 중 귀가한 확진·격리자의 본투표 참여 가능 여부 등이 명확히 결론나지 않아 참정권 침해 논란이 커질 여지도 남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경기 과천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오는 9일 예정된 20대 대선 본투표일의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관리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책은 확진·격리자를 위한 본투표 연장시간인 9일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본인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일반 선거인과 동일하게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확진·격리자의 경우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뒤 투표사무원에게 투표지를 전달하면 이를 모았다가 투표함에 대신 넣어주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린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토록 한 데 대해 확진·격리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투표사무원들이 확진·격리자들의 표를 바구니 같은 것에 담아 놓느라 '바구니 투표'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또 투표소 현장 곳곳에서는 택배박스와 쇼핑백, 소쿠리 등에 담긴 투표용지 봉투가 발견돼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나 윤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가 있는 투표봉투를 받아든 유권자도 나와 논란이 됐다.

 

아울러 선관위의 준비 부족으로 일반 유권자와의 동선이 겹치는가 하면 사전투표소에 확진자와 격리자가 몰리면서 2시간 이상 대기하고 일부 환자는 대기 중 쓰러져 이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투표함 직접 투표 외에도 확진·격리자들이 본투표 당일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일반 유권자와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확진·격리자들의 외출 허용시간 조정과 투표 관리 인력 및 예비기표소 추가 확보, 일반 선거인과의 대기줄 분리 등이다.

 

중앙선관위 김재원 선거국장은 이날 낮 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질병관리청과 협의 중에 있는데 확진자 등에 대한 외출 허용시간을 사전투표 때는 오후 5시로 운영했는데 오후 5시30분 이후로 조정해 너무 일찍 투표소에 나와 불편하지 않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등과 협의해 투표 관리인력을 추가 확보하고 가용 예비기표소를 추가 투입해 최대한 투표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일반 선거인과 동선이 겹쳐지면 불안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확진자 등의 대기 공간을 일반 선거인 대기줄과 분리하도록 투표소 현장에서 조치·안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투표 관리 인원이 확진·격리자 투표에 대비해 방호복을 갈아입는 것과 관련해서는 2교대로 조를 짜 방호복으로 교체토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격리자들이 폭증세여서 본투표일에도 장시간 대기에 따른 불만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선관위도 본투표 당일 얼마나 많은 확진·격리자들이 참여할 것인지, 이에 따른 대기 시간은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과거에는 보통 아무리 늦어도 오후 6시30분 정도에는 투표 마감이 되는데 이번에는 투표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과거 상황으로 속단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신속히 일반 선거인 투표를 마무리하는게 불편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본투표일 확진자 투표 예측치와 관련해서도 "그것은 지금 예측하기 상당히 어렵다. 사전투표소의 경우 수도권, 특히 확진자가 많이 있는 지역에서는 200~300명 이상이 단시간에 몰려서 크게 불편함이 있었는데 선거일의 경우 확진자 중 어느 분이 투표일에 나올지 예측이 힘든 문제"라고 했다.

 

다만 선관위는 확진·격리자 중 일부가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했고 본투표에서는 사전투표보다 4배 많은 투표소가 운영되는 만큼 분산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 국장은 "사전투표에서 1차적으로 확진자 등이 투표했고 사전투표소는 3552개를 운영했는데 본투표일 투표소는 1만4634개로 4배 정도 많기에 어느 정도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전투표 만큼 혼잡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확진자들이 투표를 위해 자택이나 격리장소에서 출발할 때 대기가 길어지면 불편할 수 있다는 점과 이동시간을 감안해 적절히 투표소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해 확진·격리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확진자들이 투표를 위해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를 해야 했던 불편이 재현될 수도 있다. 선관위는 공간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개별 투표소 사정에 따라 확진·격리자들의 대기 장소가 어쩔 수 없이 실외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확진자 등의 대기 장소가 실외냐 실내냐는 투표소 여건에 따라 다르다. 여건이 가능하면 실내일 수 있고 건물 문제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 실외일 수도 있다"며 "일부 투표소가 들어가있는 건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들이 (확진·격리자용 공간 마련) 이런 점에 대해 좀 많은 염려가 있어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사전투표에서 본인확인 절차 후에도 긴 대기 시간과 추위 등으로 투표를 하지 않고 돌아간 확진·격리자들의 본투표 참여 가능 여부도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선관위는 본인확인 후 투표용지 수령 여부, 기표 전후 투표 참여 포기 등 다양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사례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다양한 경우의 사례가 있다. 본인확인서 쓰고 투표용지가 출력이 됐는지 아니면 출력 전 상태인지, 투표용지를 받았다가 투표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기표를 하고 나서 다른 이유로 투표함 투입을 거부했는지 등 여러 경우가 있어서 각각의 경우는 사례분석을 철저히 해서 처리 방침을 수립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지가 누구에게 발급된 것인지 객관적으로 확인이 된다면 처리 방법을 검토하고 방향을 결정하려 한다. 투표일 전까지 어느 정도 검토를 완료해 (당일) 투표소에서 그런 사항들에 대해 미리 대비하려 한다"며 "(오늘 회의에서) 투표용지가 출력이 됐는데 본인에게 전달되기 전에 돌아간 경우 중 투표지가 누구에게 발급된 것인지 특정이 된다면 선거일에 투표하도록 하는 쪽에 대해 전향적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투표용지가 사전투표소에서 출력은 됐는데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구의 것인지 특정이 되지 않는다면 본투표에서 투표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해 여러 사례를 확인 중이고 방안을 마련해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참정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금 이런 사실만 갖고서 참정권 침해냐에 대해서는 사전투표소에 와서 어떤 사유로 (투표를) 못 하게 됐느냐 등 여러가지 상황을 따져보고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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