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수완박 중재안…文 ‘잘된 합의’ vs 尹 ‘부패완판’

2022.04.26 19:28:38

尹 당선인 제동 걸자 바로 文 “중재안 잘된 합의”
민주에 힘 실어준 文 “불만, 후속 과정에서 보완”
장제원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尹 생각 변함없어”
신·구 권력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엿보여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논의와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반대 인식을 드러내며 다시 신구권력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이 우려를 표하며 '헌법정신 위배'라는 입장을 보이자, 문 대통령은 '잘 된 합의'라며 “여야 합의하에 처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의장 중재로 한숨 돌린 듯 했던 여야 ‘검수완박’ 갈등이 자칫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충돌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전격 합의했다. 중재안은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중대범죄수사청 출범후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검찰이 직접 행사하는 '6대 범죄' 수사권도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하고 '부패'와 '경제' 수사권만 검찰에 남긴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의힘에서는 합의 이튿날부터 최고위를 중심으로 재협상 요구가 터져 나왔다. 결국 지난 25일 여야 합의 사흘 만에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가운데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는 남겨놔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에 선거·공직자 범죄와 관련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국민들의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오늘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장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수사받기 싫어 짬짜미(담합)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며 “국민이 오해하게 만든 건 정치권의 책임이다. 민주당도 열린 마음으로 재논의에 응해 달라”고 입장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사흘 만에 여야 합의 재논의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온 비판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정적인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인수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하자 ‘위헌 소지’가 있고 ‘국민 피해가 크다’며 3차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다 지난 22일 여야 합의 후에는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라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별도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지 전까지 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온 건 없었다.

 

그러다 지난 24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검찰총장직을 던졌던 당시의 윤 당선인의 발언을 재환기하는 것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25일에는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이 연이틀 여야의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합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윤 당선인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말로 ‘검수완박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조직적 반대 뒤에는 윤 당선인이 의중이 작용했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중재안 합의 파기 움직임에도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그대로 추진할 태세다. 중재안 강행 처리와 함께 원안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갈등이 신구권력 간 충돌로 비화할 조짐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민주‧국힘 간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갈등에서 한발짝 ‘거리 두기’에 나섰었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입법이 마무리된 후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그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의 입법 추진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김오수 총장도 “자리를 지키며 책임을 다하라”고 설득해 주저앉히기도 했다.

 

청와대가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그것도 문 대통령 입을 통해 직접 반응이 나온 건 25일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지 약 7시간만이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본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의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거리 두기’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장 당선인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이제 더는 이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해 "가능하면 (여야) 합의 하에 처리가 되면 더 좋고, 또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루어진 양당 간의 합의가 저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안의 일방적인 추진 과정에 대해 "국민을 위한 입법이 돼야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던 것과는 평가의 결이 사뭇 다르다.

 

박 의장의 중재안 자체를 높게 평가한 것은 물론 '의회민주주의'를 위한 양보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야가 애초에 합의한 안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합의를 뒤집은 국민의힘을 향해 다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법안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렇게 여야의 합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민주당이 민주당 원안이 아닌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강행처리 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여야가 일단 어렵게 합의를 이룬 만큼 최대한 이를 무산시키지 않고 검찰 개혁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는 바로 견제에 나섰다. 장 비서실장은 26일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며 문 대통령을 은근히 압박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형사사법 체계를 흔들어 놓는 것을 졸속으로 문 대통령 임기 말기에 해야 하는 건지, 이것이 과연 국민의 뜻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장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은 이런 것보다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다수 정당의 힘으로 잘못돼 가는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법안심사에 돌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대대표는 “오늘 내로 법안 심사를 마치고 27일 본회의 투표에서 약속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오는 29일에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만일 민주당이 계획대로 법안을 단독처리한다면 문 대통령 역시 이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까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지형 속에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윤 당선인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의 입장과는 별개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된 지금의 상황이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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