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의 조건은 □ 이다

2009.10.04 17:10:10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정을 이룬다.
허나 반복되는 일상으로 권태로움에 지쳐 새로운 삶을 꿈꾸는 두사람. 파리로 이민 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미지의 삶에 들떠 마냥 행복하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는 프랭크가 승진 권유를 받으면서 그들의 계획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점차 심화되는 부부간의 갈등. 모든 걸 접고 무조건 파리로 가려는 에이프릴과 보다 안정된 삶을 선택한 프랭크.
이렇듯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불협화음 하는 두 사람 앞에 예기치 않은 난관이 나타나는데 (중략)
타이틀명 레볼루셔너리 로드 는 뉴욕 맨하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지역이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바로 그 곳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결국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지역 명칭이 아닌,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다.
감독 샘 멘데스는 전작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서 1990년대의 미국 중산층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의 한 교외 지역에 살고 있는 부부를 중심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자화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50년대는 미국의 역사에서 ‘풍요로운 사회’로 지칭된다. 집집마다 온갖 가전제품을 갖추고 중산층 정도면 두 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호(好) 시절.
얼핏 보기에 이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사회나 가정이나 아무런 문제가 존재할 것 같지 않지만, 세상사 어느 곳이 그렇게 단순한가.
겉으로는 주인공 부부에게 심각한 가정불화를 가져올 요인이 없는 것 같다. 가족 누군가가 아픈 것도 아니고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을 점점 옥죄여 오는 게 있다. 바로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무료함을 넘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 된 것이다.
이웃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파리로 떠날 결심을 한 두 사람에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프랑크가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파격적 승진을 제안 받으면서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남편의 기쁨은 아내에게도 기쁨이라고 하던데, 이 영화에선 아닌 것 같다. 더욱이 부부는 서로를 신뢰하며 사랑하지만, 각기 바람을 피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 역시 다람쥐 쳇바퀴처럼 변함없는 생활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에이프릴에게는 무력감이 너무나 컸다.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출세가도가 보이는 남편과 달리, 자신의 존재감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그림1>
요즘 청년실업과 실직으로 인해 침체된 우리 사회에서, 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갈등은 배부른 자의 여유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정의 행복이 단지 물질적 풍요 여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끝으로 이 영화는 제작 전 남녀 주인공 캐스팅 건으로 화제가 되었다. 에이프릴 역으로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을 자청하고 나서, 제작진이 곧 바로 상대역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낙점한 것이다.
마치 <타이타닉>커플의 조합만이 영화적 완성을 이룰 것이라는 무언의 기대감이 작용했다고나 할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타이타닉>에서는 디카프리오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앞섰는데, 이 영화에서는 연기력이나 중량감에서 케이트가 돋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로 그녀는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개봉된 <더리더>로 오스카상까지 거머쥐었다. 말 그대로 스타 차원의 이미지를 넘어선 부동의 연기파 배우라는 찬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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