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外高’

2009.11.02 17:11:11

외국어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을 후폭풍에 몰아넣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법안 발의로 촉발된 논란은 ‘외고’의 존폐와 직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고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도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수월성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사실상 외국어고 폐지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운찬 국무총리는 “어떤 형태로든 고교 입시 제도의 변화를 시켜야 한다”고 각각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와 청와대의 의견이 어긋나고 있는데다 정두언 의원 등은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며 폐지를 강력추진하고 있어 여권 내부의 입장조율이 시급한 실정이다.
외고 교장들 또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대학에 보내는 것은 필수”라며 입시 명문 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두언 발(發) 外高 폐지 논란
외고 폐지 논란의 촉발은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의원은 “외고가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따라서 특성화고로 통합하고 추첨방식으로 전환해 과열경쟁과 사교육 조장의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 의원은 지난 30일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특성화고로 통합하고, 지원자격의 제한없이 추첨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고등학교를 교육 목적에 따라 일반계고교, 전문계고교, 특성화고교 및 영재고교로 구분하도록 했다.
특히 특성화고는 교장이 각 학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학생의 지원을 받아 추첨방식으로 선발하되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교육감은 특성화고로 지정된 학교가 지정 목적과 다르게 운영될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지정취소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정당한 이유없이 취소하지 않을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소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달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정희는 왜 평준화 조치를 취했을까’라는 글을 남긴 정 의원은 “교육은 잘 가르치자는 것에 있는 것이지 잘 뽑자는데 있는 게 아니다”며 “아직도 학벌주의, 연고주의의 뿌리가 깊은 우리나라에서 단지 ‘뽑는 방식’으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하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반학교를 비롯해 전문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학교, 자율형 사립고, 자립형 사립고 등 다양한 학교를 확대해 다양한 방식의 창조적 교육경쟁으로 수월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 1969년 2월 박정희 대통령이 중학교 무시험, 고교평준화, 대입 예비고사제 등 ‘교육개혁’을 단행한 사례를 거론하며 “박 전 대통령이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늘 의문을 품어왔는데 요즘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 당시 교육현장과 지금의 상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현재 교육상황이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더이상 교육개혁을 미룰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정 의원은 “당시엔 모든 중.고교가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외고 등 일부 학교에게만 선발권이 부여돼 있다”며 “이는 분명 탈법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는 공교육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사교육이 우선”이라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공교육 살리기를 위해 입시에서 계속 내신반영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효과를 보기는커녕 사교육이 더 팽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면서 “실제로 현재 외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비를 댈 능력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한다. 사교육이 저출산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개혁이라는 것은 어느 시스템이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했을 때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지금 외국어고 제도는 이미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한지 오래”라고 외국어고 제도의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1주년 363호 커버스토리에서 이어집니다》


김부삼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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