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국감] 서정숙 "건보 46억원 횡령, '전대미문' 사건...책임성 결함·도덕적 해이"

2022.10.13 17:12:58

46억 횡령 사건 사과…"손실금 국민 피해 없게 할 것"
'문케어' 與 "재정 적자 초래" VS 野 "취약계층 혜택"
"필수의료 건보 보장성 해외보다 낮아…더 확대해야"
"건보료 부과체계, 국민 공감하는 제도로 만들겠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피 같은 건강보험료를 횡령한 전대 미문 사건" "횡령도 잡아내지 못 하는 내부감사."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이 최근 발생한 공단 내부 직원의 횡령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13일 강원 원주 건보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발생한 직원 횡령사건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단 임직원 모두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정감사는 건보공단 채무관리팀 A팀장의 횡령 사건을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국회는 "공단은 과연 무엇을 했나.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며 공단의 근무 기강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40억원대 횡령 문제가 이날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A팀장은 2022년 4월 27일, 단돈 1000원으로 시작해 5개월간 7차례에 걸쳐 총 46억원을 횡령했다. 현재 A팀장은 필리핀으로 도피했고 인터폴 적색수배 진행 중이다. 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A팀장은 건강보험 제도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장(2021년 12월 28일)까지 받았다. 특히, 공단이 횡령 사실을 파악한 다음 날 400만원대 급여를 입금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사실 앞에 건보공단 보안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국회는 횡령참사, 전대미문 사건을 들고 취임 9개월차 강도태 이사장을 난타했다. 국감 전날인 12일 밤 건보공단 체력단련실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강도태 이사장은 더욱 체면을 구겼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횡령 사건에 대해 질타를 이어갔다.

 

이날 국감에서 A팀장은 4개의 계좌를 사용, 1~6차에 걸쳐 횡령했으며 진료비 지급 보류액 점검 중에 건보공단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공단이 운용하는 보험료만 100조가 넘는다. 모든 국민이 내는 돈이기에 안전하게 지켜야 했는데 그렇지 못 했다. 횡령 사건에 이어 어젯밤에는 공단 내 여성 체력단련실 몰카 설치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건강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공단의 도덕적 해이가 어디까지인지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강도태 이사장을 몰아붙였다.

또한, 최 의원은 건보공단이 횡령사실을 파악한 뒤 급여 지급을 취소하는 등 행정조치를 취했다고 전한 점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A팀장에 급여가 정상 지급됐던 것이다. 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게 공단 입장으로 최 의원은 "기가 막힌다"고 표현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피와 같은 보험료 횡령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공공업무의 책임성 결함과 함께 도덕적 헤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건보공단 내부 감사에서 143건에 대한 보안관리 문제가 발생했다.

강 이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업무전반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재점검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복무감사에서는 근태를 많이 보는데, 현금 지출 같은 기획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횡령금액 46억원 중 환수되지 못한 금액에 대한 대책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의 질문에는 "수사 결과가 통보돼 손실금이 확인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손실금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케어' 폐기 기조에 대해서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케어가 건보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으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케어로 저소득층이 의료혜택을 받는 성과가 있었다며 맞섰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문재인 케어로 지난 5년간 건보 지출은 2017년 57조원에서 2021년 77조6000억원으로 1.36배 증가했고 2019년에는 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문재인케어의 보장 목표는 70%였지만 2017년 62.7%에서 고작 2.6%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민들이 받는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하면서 매년 평균 2.9%의 보험료를 올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소득 1~2분위 경제적 취약계층이 뇌 MRI(자기공명촬영)나 복부 초음파을 못 받다가  문재인케어로 인해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대상자가 진료 횟수가 늘고 이전에 여유 있던 분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음파 및 뇌·뇌혈관 MRI 급여화 이후 복부 초음파는 2018년에 1.2회에서 2021년 1.5회로, MRI는 2018년 1.3회에서 2021년 1.4회로 소폭 증가했다.

그는 "비싸서 진료 못 받은 분들이 급여화로 적정하게 진료 받는 것"이라며 "물론 일부 과잉이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은 사후 관리로 관리해야 할 사항이지 문재인 케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이 혜택 보는 문재인 케어를 폐지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히려 조기진단이나 조기치료 시점 놓쳐서 중증질환으로 되면 비용이 커져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이 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은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낮다"며 "분야는 다르더라도 보장성은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건보재정 건전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의 건전성 강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작년 기준 누적 적립금이 20조원 가까이, 작년에 2조원 이상 단기적 흑자가 있었다. 코로나19 상황 회복으로 의료이용이 증가하거나 만성질환, 저출산 고령화, 부과체계 개편 등으로 2조원 이상 재정 부담이 전망되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사무장 병원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은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의 건강보험 환수 결정 금액은 2조5000억원이 넘지만 실제 징수액은 1616억원에 불과하다"며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의 환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사무장병원 막아내면 몇 명의 사람들을 더 보호할 수 있는 비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사전에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법적으로 조기 압류를 위한 절차나 은닉재산 신고 포상 같은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이 불법이 불법을 만들었다고 봤다. 그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횡령 가능성이 있다. 결국 내부 시스템이 무너진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잘못 됐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 했고, 천 원짜리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됐다"며 강 이사장에게 물었다. 

서 의원은 앞서 의원들과 다른 시각에서 이번 사건을 접근했다. 요양기관이 재판 과정에서 지급받을 요양비를 압류당하거나,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받아 재판이 진행될 경우 채권자나 요양기관에 지급될 비용이 소송으로 인해 압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 의원 분석에 따르면 A팀장이 횡령한 46억원 중 34억원은 사무장병원, 12억원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압류당한 비용이었다. 서 의원은 "불법적인 의료 행위로 재판을 받거나, 무죄가 될때까지는 해당 비용은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인없는 돈처럼 공단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개인의 일탈이라기 보다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결국 관리가 안 되는 불법을 조장하는 의료기관에 의해 불법 행위가 일어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적 문제가 있는데 마치 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시스템 전체를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강도태 이사장은 국감 내내 여야 의원의 질의에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46억을 횡령한 A 팀장은 필리핀으로 이미 도주했다. 공단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사실은 건보공단 횡령 이슈가 국감을 휩쓴 사이 정작 기관의 해명이 필요한 의약품 관련 이슈들이 공단도 심평원도 비껴갔다는 점이다. '횡령 국감'의 씁쓸한 단면이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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