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폐지 방안 검토...'반복·부정수급 예방' 특별점검 강화

2023.07.12 16:50:12

"한국 실업급여, 최저임금 일자리보다 소득 높아"
실업급여 하한액 감소 또는 폐지 방안 검토키로
부정수급 예방 행정조치 강화…특별점검 실시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12일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실업급여가 세후 급여보다 많은 역전 현상 때문에 실업급여를 반복·부정수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제도로는 고용보험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실업급여가 세후 월급보다 많아…노동시장 공정성 훼손"

 

공청회 참석자들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을 지급하는 실업급여의 높은 하한액과 지나치게 관대한 지급 요건 때문에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거나 부정수급하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현장에서는 실업급여가 취업을 촉진하기는커녕 실업급여를 타려고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고, 사업주는 퇴사시켜달라는 직원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며 "오랜 기간 묵묵히 일한 수많은 근로자들은 보험료 내는 사람 따로 있고 실업급여 타는 사람 따로 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실업급여 반복·부정수급의 원인으로 세후 급여보다 많은 '역전 현상'을 들었다. 특위에 따르면 2022년도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많다.

현행법상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만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지급 요건이 오히려 수급자를 양산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2017년 120만명이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2021년 178만명까지 급증했다.

 

5년간 3번 이상 받는 반복 수급 사례도 2018년부터 증가해 이미 연 10만명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실업급여를 받는 상위 10명은 19회에서 최대 24회까지 반복 수급했고, 수급액은 8280만원에서 912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중소기업 구인난이 가중되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구직 노력을 하지 않아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이 28%에 불과하다는 게 특위의 설명이다.


박 의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이후 최저임금을 매년 대폭 인상하고, 2019년에는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많은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외환위기 임시조치로 크게 완화된 수급요건이 지난 25년간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2017년 이후에는 최저임금에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빠르게 상승하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높은 하한액과 상대적으로 관대한 수급요건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항간에서 일하는 개미보다 베짱이를 더 챙겨주냐는 비판 여론도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이 구직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 취업 시 실소득이 감소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하한액 하향조정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고용보험 등 적립금은 2017년 10조3000억원에서 2022년 -3조9000억원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자금은 10조3000억원을 빌려 올해 기준으로 1720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현행 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차관은 "실업급여 재정의 연이은 적자로 인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하면서 얻는 소득보다 실업급여액이 높다는 건 성실히 일하는 다수 국민을 납득하기 어렵고, 노동시장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럽급여' 없게…당정 "실업급여 하한액 감소·폐지 검토"

 

참석자들은 ▲실업급여 하한액 감소 또는 폐지를 포함한 근본적 제도 개선 ▲구직자 구직활동 동기 부여 ▲부정수급 예방을 위한 행정조치 강화 등 세 가지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 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받는 기형적 현행 실업급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하한액 감소 또는 폐지 중 어느 방안에 더 무게를 두나'라는 질문에 "모든 것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당정은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해 실업급여 심사 시 면접 불참 등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업주와 공모하거나 브로커가 개입한 형태의 부정수급에 대해 특별점검과 기획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이미 밝혀진 악용 사례에 대해 법적조치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부정수급 적발·제재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위반 건에 대해서도 지난해 7월부터 강화된 것으로 이미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청년들의 실업급여 수급을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정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청년들을 특별히 제재하겠다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납세 대비 수급 비율이 높다는 지적에는 "E9와 H2 대부분은 임의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체류기간이 제한돼 당연가입이 힘들다"면서도 "가입자 대비 수급비율은 내국인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수급 요건 중 하나인 권고사직을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늘리도록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해도 상한액을 올리거나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홍석준 의원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애되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실업급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한 바 있다.

 

당정은 앞으로 노사단체, 언론,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빠른 시일 내 개선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장은 "당정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실업자가 신속히 재취업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실업급여 제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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