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現중2 수능부터 선택과목 폐지…내신 5등급 전환

2023.10.23 10:20:34

교육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
올해 중2, 고교진학 시 적용…내신 20년만 개편
EBS 50% 연계, 영어·한국사 절대평가는 유지
교육부, 정시 선발 비율 40% 두고 “대입 안정성 위해 現동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선택과목 폐지되고 내신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지난 1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입학하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 내신 석차등급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고 고등학교 전 학년에 적용된다는 내용에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했다. 수능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폐지될 예정이나 논의에 따라 선택 ‘심화수학’이 도입될 수 있다. 다만, 대입 정시 40%와 논·서술형 수능은 이번 시안에서 제외됐다.

 

 

2028 수능, ‘선택과목 폐지 통합형 시행’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 시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고교 전 학년 5등급제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2028학년도 수능은 현행 선택과목 체계를 없애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학생이 같은 문항을 치르는 통합 과목체계를 지향한다. 현 중2부터 적용 대상이다. 


지난 16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 12~13일 양 이틀간 중3 이하 학부모 1,0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대입제도 개편에 따라 향후 문·이과 진로 희망은 자연계 학과가 85.8%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절반 이상은 의학계열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절반 이상인 53.5%가 자연계 중 의학계열을 희망했으며, 이공계열 26.5%, 반도체·첨단학과 17.1%, 순수 자연계열 2.9% 순이다. 인문계열 학과는 14.2%에 불과했다.


종로학원은 “내신 부담완화로 특목자사고 선호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이고, 이공계·의학계열 선호도는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라며 “향후 의대 모집정원 변화 등에 따라 이공계, 의대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신 9등급→5등급 완화, 상대·절대평가 병기


당초 고등학교 1학년이 주로 듣는 공통과목에서는 석차 9등급을 5단계 절대평가인 성취도(A·B·C·D·E)와 병기하고 2~3학년 심화 과목인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은 성취도평가만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다만 고교 내신 석차등급은 지난 2005년 최초 도입 이후 바뀌지 않았던 9등급제를 5등급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2025년 고교 신입생을 기준으로 20년 만이 된다.


최상위 1등급은 현행 최상위 4%에서 최상위 10%로 늘어난다. 이어 2등급(24%)은 10% 초과부터 34% 이하, 3등급(32%)은 34% 초과부터 66%, 4등급(24%)은 66% 초과부터 90% 이하로, 남은 최하위 10%는 5등급이다.


현행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보통교과 과목 수강자 수가 13명 이하인 경우 석차등급을 매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9등급제 체제에서는 1등급(최상위 4%)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낮은 내신 성적을 이유로 고교생들 사이에 자퇴 사례가 증가하면서, 지난 정부의 내신 평가 방식에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을 위주로 평가하는 대입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자기소개서 등 각종 비교과 요소가 대폭 축소·폐지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상위권의 내신 변별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8학년도부터 이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들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10%나 1등급을 획득하는 체제에서는 내신 위주인 학생부교과전형을 지금처럼 운영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이 부총리는 “변별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1학년 때 지나치게 변별력 중심, 2·3학년 때는 또 변별력이 없어지는 문제를 균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게 되면 절대평가에서 점수를 후하게 줄 우려가 있어 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절대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및 규제가 필요하다. 현재는 절대평가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고교 교과성적(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고교 내신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함께 적는 것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성취평가제를 무력화하고, 진로 적성과 무관하게 내신에 유리한 다인수 과목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가장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발기준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평가나 서술식 시험에 대한 과도기적 기간을 거쳐 보완해 나간다면, 이번 대학 선발제도에 대한 개편은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입 개편안에는 수능 시험과 고교 내신 개선 방안뿐 아니라 이권 카르텔 근절방안과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 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수능, 선택 ‘심화수학’ 신설 검토…국교위 제출


교육부는 현재의 수능에서 제기돼 오던 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어는 고교 일반선택 과목인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을 출제 범위로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 현재 ‘독서’,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한다. 수학은 일반선택인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를 범위로 하는 공통 문제지를 준다. 지금 수학은 ‘수학Ⅰ’ ‘수학Ⅱ’가 공통이며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이상 3개의 선택과목 중 하나를 택해서 응시했다.


다만 수학은 첨단 분야 인재 양성과 이공계열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한 기초 소양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심화수학’을 선택과목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대입개편 시안 2안으로 마련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판단을 받기로 했다.


2안이 받아들여지면 ‘심화수학’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5교시에 원하는 수험생이 선택해 치르는 방식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출제 범위는 ‘미적분Ⅱ’와 ‘기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미적분Ⅱ(2022 개정 교육과정 명칭), 기하 과목 등 응시를 각 대학에서 특정할 시 실질적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담”이라고 했다.


탐구 영역의 변화가 가장 큰데 현재는 사회 계열 9과목, 과학 계열 8과목 총 17과목 중 최대 2개를 고르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수능에서 탐구 영역을 선택한 모든 수험생이 ‘사회·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해야 한다.


새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고1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출제 범위로 한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대학이 각각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시간은 분리하고 표준점수·백분위·등급도 따로 매긴다.


예컨대, 지금 수능 4교시에서 ‘한국사’를 치른 뒤 이어서 탐구 영역 과목 2개를 각각 응시하는 방식처럼 사회탐구를 푼 뒤 과학탐구를 푸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탐구에서 개별 선택과목의 지식을 묻는 암기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논리적, 융합적 사고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범위 그대로 유지되는 영어와 한국사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으면 1등급을 얻는 절대평가 방식도 동일하다. 원점수 50점 만점의 절대평가인 제2외국어·한문도 9개 과목 중 1개를 선택하는 현재 방식을 유지한다.
직업계고에서 전문 과목을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는 직업탐구 영역도 ‘성공적인 직업생활’ 한 과목만 치르고 다른 4개 선택과목은 모두 폐지한다.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제공하는 현행 평가 방식과 성적 표기 방식은 대입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EBS 수능 연계 교재 연계율(50%)과 간접연계 방식도 지금 기조를 유지한다. 

 

 

새 선택과목 ‘심화수학’ 도입 가능성 커져


이번 수능 개편안을 두고는 ‘문·이과 통합형’이었던 현재의 수능이 갖는 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2022학년도 수능에 국어와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된 6년 만에 2028학년도 수능에서 공통과목으로 돌아가면서 ‘공통+선택과목’으로 개편됐다. 이는 당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격차로 수학에서 만점을 받아도 ‘미적분’ 선택자가 ‘확률과 통계’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다는 유·불리 논란이 이어졌고 ‘이과의 문과침공’, ‘의대 쏠림’ 심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대입 개편 시안 2안에 따라 새 선택과목인 ‘심화수학’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사교육과 유·불리 유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고2~3 수준에서 고1 수준으로 출제 범위가 바뀌는 사회·과학, 현재 수능의 문과 지망생 응시 범위로 바뀌는 수학의 경우 관련 학계에서 학습량 저하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도 1학년 수준으로 출제 범위가 조정돼 비슷한 문제 제기가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인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율(40%)을 두고 교육부가 “대입 안정성을 위해 현재와 같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통합을 통해 장벽을 해소하려는 최초의 시도”라면서도 “다만 수능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과목, 내신 점수를 따기 좋은 과목에 집중하게 되면서 고교 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임 대표는 “문과 상위권 학생들도 이과 지원에 가세하면 의대나 이과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며 “수능 수학 과목이 사실상 문과 단원으로 단일화되면 수학 상위권 대부분의 학생이 이과계열인데, 인문계 학과의 모집이 어려워지고 합격선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 개편에 대한 장점에 대해서 임 대표는 “수능과 내신에서 정량적 평가를 유지하면서 공정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1학년 상대평가, 2~3학년 절대평가의 최초 안보다는 단순화되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미래 교육을 위한 징검다리로서 의미가 있다”며 “내신 평가의 경우 성취평가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수능은 선택과목에 의한 난이도 조절이나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형 수능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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