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잇단 금융사고 일파만파... ‘니네 끼리 은행’

2024.08.26 10:58:11

손태승 친인척 대출 의혹... 내부감사서 적발하고 보고 안 해
횡령·유용 사고 타행보다 월등... 관리·도덕적 해이 줄곧 지적돼
임종룡 인지 가능성은?... 해묵은 파벌 경쟁도 원인 중 하나
임종룡 책임론 대두... 금감원 “필요시 본점 책을 물을 것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우리은행의 잇단 금융사고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으로 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신강도가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직접적인 외압이 확인되지 않았고,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위법이 아닌 업무 소홀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뒤늦게 우리은행은 부당대출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전직 회장 친인척과 관련돼 있어 외부에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워 보고하지 않다가 금감원이 문제를 지적하자 고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임종룡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손태승 친인척 대출비리 의혹... 내부감사서 적발하고 보고 안 해

 

지난 12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당해 은행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 원(42건)의 대출을 실행했다고 공개했다. 해당 대출 건 중 28건(취급액 350억 원)에서 대출 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돼 지난 7월 19일 기준 19건(잔액 269억 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법률 검토를 거쳐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소지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차주 및 관련인의 위법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건이 공개된 이후 우리은행은 올해 1월 통상적인 내부 점검과정에서 사안을 인지, 3월까지 부실검사(1차 검사)를 실시해 퇴임을 앞둔 임모 전 본부장의 귀책사유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사 결과를 보고받은 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건에 대한 철저한 검사와 강력한 조치를 지시했고 현재 2차 심화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임모 전 본부장은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 재임 시 해당 대출과 관련해 신용평가와 여신취급, 채권보전 등을 소홀히 했고 부당한 업무지시 등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임 전 본부장을 면직 처리하고, 성과급을 회수했다. 이와 함께 부실 발생에 책임이 있는 관련 지점장 감봉 등 7명도 징계했다. 2차 심화검사 및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대응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및 배임’등 관련인의 불법행위가 확인된 관련자는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 대상에 손 전 회장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 전 회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인척 관련 대출에 여신 담당 임원 등에게 직접 지시한 적 없으며 일절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여신 대출 과정에서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내부감사서 문제를 적발하고도 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금융회사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감원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규정 41조1항’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이나 소속 임직원 이외의 자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에는 이를 즉시 감독원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4월 해당 직원을 징계하면서도 금감원에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1항’ “다만, 감독원 검사에서 적출된 금융사고는 보고대상에서 제외하며,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하여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에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판단은 다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 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되고 그 결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면서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하며, 엄정한 내부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기관 자체의 한계 등으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계좌추적권,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겨냥한 작심발언으로 읽힌다.

 

횡령·유용 사고 타 은행보다 월등... 관리감독·도덕적 해이 줄곧 지적돼

 

금감원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번 부당대출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기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신용연계증권(CLN), 키코(KIKO), 파생결합증권(DLF) 부실 판매, 라임펀드 사기 의혹 등 금융권을 휩쓴 거의 모든 금융 사고에 연루됐다. 내부 통제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줄곧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22년 업권별, 유형별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횡령·유용 사고 금액이 타 은행들과 비교해 매우 크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우리은행은 총 5건, 701억 3,000만 원의 금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배임 1건, 149억 5,000만 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우리은행의 금전사고가 월등히 많은 액수다. 부산은행(횡령·유용 1건, 14억 9,000만 원), 하나은행(사기 1건, 8억 원), 신한은행(횡령·유용 4건, 3억 원)등 여타 은행의 금전사고 규모와도 비교된다.

 

우리은행 100억대 이상 금융사고만 1년 사이에 벌써 세 번째 드러났다. 2012년 3월~2020년 6월 은행 본점 차장급 직원의 707억대 횡령 사건도 있었다. 6월에는 우리은행 경남 김해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약 100억 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존 대출명의자 17명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 서류를 위조한 후 본점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마치 고객의 정상적인 대출 신청이 있는 것처럼 속여 약 177억 7,000만 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받은 뒤 이를 빼돌린 것이다. 당시 검찰은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로 우리은행 차원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금감원 등 관련기관에 통보했다. 

 

임종룡 인지 가능성은?... 해묵은 파벌 경쟁도 원인 중 하나

 

우리은행은 금융 사고를 임 회장 취임 전 기간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3년 3월 임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기존 거래업체에 추가여신이거나 담보부 여신이라는 설명이다.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이를 알고 있었느냐다. 우리금융은 조 행장이 이번 일을 지난 3월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함께 수행하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직을 연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퇴임했다. 손 전 회장 관련 친인척 부당 대출은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부터 시작해 지난 1월까지 6년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은 전임 권광석 행장과 경영기획그룹장으로 같이 일했다. 권 전 행장은 손 전 회장의 후임 행장이었다. 상업은행 출신인 권 전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 손 전 회장과 재임기간 자주 충돌했다고 한다. 권 전 행장은 손 전 회장의 처남, 부인 관련 대출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고, 현 조 행장도 이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조 행장이 알았다면 임 회장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우리은행의 잇단 대형 금융 사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상급자에 대한 과잉충성 이 첫 번째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상업 출신과 한일 출신 간 파벌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다. 경영진은 물론 노조위원장까지 파벌 간 쟁투가 치열하다. 최고 경영자의 출신 학교 동문도 관행처럼 중용된다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를 졸업한 임 회장 부임 이후에는 ‘연세대’ 출신들이 주목받았다.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남기천 사장도 임 회장과 인연이 깊다. 임 회장은 2006년 주영국대사관 참사관으로 부임했던 시절부터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으로 있던 남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임 회장 부임 후에도 파벌 등의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우리은행이 민영화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임종룡 책임론 대두... 금감원 “필요시 본점 책을 물을 것”

 

금융권 안팎에서는 앞선 두 번의 사고는 지점과 본점의 직원들이 저지른 것으로 ‘관리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금융, 우리은행 전체를 통솔해 온 직전 최고 경영자가 등장한 대출사고에 대해 현 경영진이 ‘관리의 문제’라고 회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임 회장도 2023년 3월 취임하면서 강력한 내부통제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10여 건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그룹 내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건 직후 임 회장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기존 관행과 행태를 깨고 나오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우리은행의 신뢰도는 급전직하다. 전임 손 회장의 직접 연루 의혹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서 상식 이상의 엉터리 기준과 부실관리 실태가 발생했고 그 처리 과정도 명료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현 경영진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은행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은행은 단순 창구 사고조차 치명적이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신용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수도권 모 센터장은 ‘우리은행’이 아니라 ‘니네 은행’이라는 자조적인 말로 최근의 상황을 일갈했다. 

 

임 회장이 약속한 조직문화 혁신과,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임 회장은 취임식을 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을 강조한 바 있다. 임 회장은 당시 조직 혁신을 강조하며 “그룹 회장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임직원들과 함께 단합하면 좋은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일련의 상황은 이 같은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임 회장이 내부개혁을 주창하며 들어선 뒤에도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인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고위급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왔다. 임 회장이 영입한 증권업 진출 담당 인사가 증권업계에서의 실적이나 평판보다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이 더 작용했다는 의혹이 은행 내부에서 흘러 나왔다. 또 한 해외지사장이 본점 검사역으로 좌천, 소환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 비리는 자리와 직결된다. 은행장부터 따지면 국내 금융지주 회장의 CEO 재임기간은 짧게는 9년 길게는 12년에 달한다.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손 전 회장은 재임 기간(은행장 포함)이 5년을 조금 넘어 그나마 짧은 편이다. 그런데도 600억대의 부당 대출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1,000억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차제에 금융당국의 엄정한 조사와 처리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과 관련해 기본적인 결재절차와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의 적절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금감원장은 우리은행과 관련, 지난달 19일 국내 20개 은행장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당 부분 파악했다.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 필요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일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손 전 회장이 친인척 부당대출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와 직간접 관여 여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임종룡 회장 등 수뇌부가 금감원으로부터 받을 제재의 수준도 주목된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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