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교과서 32종 검정 통과...‘평가원’ 교과서 논란

2024.08.30 08:13:58

내년부터 사용할 새 중학교 7종·고등학교 9종 관심
교육당국, 관보에 검정교과서 92책 681종 합격 공고
‘한국학력평가원’, 이승만 ‘독재’ 대신 ‘장기집권’ 표현
위안부 문제 단 한 문장, 참고자료와 연습문제로 제시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서술방식과 표현을 둘러싸고 보수·진보 학계 간 논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내년 1학기에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및 교사용 지도서 92책에 대한 검정 심사에서 총 681종이 합격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새 교육과정이 적용돼 교과서가 바뀐다.

 

합격한 교과서들은 이르면 다음 주 인쇄본으로 학교에 배포되며, 학교장은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합한 교과서를 주문한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문재인 정부 때는 검정 체계로 바뀐 교과서에 대한 집필기준 '좌편향'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심사를 통과한 중·고교 역사교과서는 9개 출판사의 32종이다.

 

중학교 역사Ⅰ·Ⅱ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 심사를 통과한 출판사는 총 7곳으로 ▲ 지학사 ▲ 미래엔 ▲ 주식회사리베르스쿨 ▲ 비상교육 ▲ 해냄에듀 ▲ 천재교과서 ▲ 동아출판 등이다.

 

고등학교 한국사Ⅰ·Ⅱ는 총 9곳의 출판사가 심사를 통과했다. ▲ 동아출판 ▲ 비상교육 ▲ 지학사 ▲ 주식회사리베르스쿨 ▲ 해냄에듀 ▲ 한국학력평가원 ▲ 천재교과서 ▲ 주식회사씨마스 ▲ 미래엔 등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틀을 짰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역사 교육과정의 기술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 막바지였던 2022년 8월, 교육과정 초안 성격인 '국민참여소통채널 탑재본'의 한국사 교육과정에 '민주주의'를 '자유 민주주의'로 표기하지 않고 '남침' 등의 표현이 빠졌다는 논란이 있었다.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직후 교육부가 교육과정 집필진들에게 수정 및 보완을 '요청'했고, 결국 같은 해 11월 '남침' 표현이 들어가고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를 명시한 행정예고안을 마련했다.

 

새 교육과정은 이후 국가교육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1월 '5.18 민주화 운동', '제주 4·3' 등의 내용이 축소, 제외됐다는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이후 교육부는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인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편찬준거)에 이들 표현을 담도록 정해 갈등을 정리했다.

 

이처럼 정부 초기부터 역사 교육과정을 두고 표현상의 논란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이념 논쟁이 계속됐던 만큼, 새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불안과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최근 취임한 역사 관련 기관장들의 과거 '우편향' 전력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단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교육과정 개정 권한을 교육부에서 넘겨 받은 국가교육위원회 이배용 위원장, 지난 7월말 취임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신임 원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여한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최근 취임한 김주성 한중연 이사장도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을 지낸 인사다.

 

지금의 역사교과서는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돼 2020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였다. 교육과정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쳤지만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철회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검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동안 보수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는 지적을 해 왔던 만큼, 이들의 관점이 반영된 역사교과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검정을 처음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이 제작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벌써 논쟁 조짐이 있다.

 

해당 교과서는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혁명으로 물러난 이승만 정권을 기술하면서, 다른 교과서들이 '독재'라고 쓴 것과 달리 '장기 집권' 등의 표현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주로 참고자료와 연습문제 형태로 제시했다. 본문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는데 성 착취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김철우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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