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비 넘겼지만, 향후 ‘응급의료 공백’ 문제

2024.09.26 11:06:02

“경증환자 작년 대비 39%↓”
“중증환자까지 병원 안 갔을 수도”
자기 부담금 상승 원인,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감소하면서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아 의료공백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자기 부담금 인상으로 인해 응급실 내원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중증 환자들까지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다 적시 치료를 놓쳤을 수도 있다는 문제와 향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응급의료 역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응급실 환자,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의료대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루 평균 9,781개소의 병의원이 문을 열면서 ‘대혼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기간 내내 대부분의 응급실도 24시간 정상 운영했다. 응급실 408곳이 24시간 환자를 받았다. 전국 411곳 응급실 중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용인 명주병원 3곳만 운영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수는 평균 2만 6,983명으로 작년 추석 대비 32%, 올해 설 대비 27% 감소했다.
경증환자 중심으로 줄었지만, 중증환자도 10% 이상 감소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가 400명 이상 줄고, 일부 응급의료기관 진료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환자가 준 덕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중증도별로 보면 중증환자는 1,247명으로 지난해 추석 1,455명, 올해 설 연휴 때 1,414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반면, 경증 환자는 1만 5,782명으로 작년 추석 2만 6,003명, 올해 설 2만 3,647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비율로 보면 무려 지난해 추석 대비 39%, 올해 설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이 수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위기 우려 속에 정부가 ‘경증환자 분산’을 적극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으로 예측된다. 


지난 13일부터 정부는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때 본인부담금을 90%로 올렸다. 또 증상별 경증·중증 구분법을 알리며 가볍게 아플 땐 당직 병·의원을 이용해 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번 연휴 동안 소방 당국의 하루 평균 119 구급 이송 건수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때보다 20.1% 감소하였다. 다만, 구급대원들의 병원 선정 업무를 돕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구상센터)의 이송 병원 선정 건수는 70% 증가했다.


지난 1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보호, 수지접합수술과 같은 필수 의료의 부족 문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살펴봐도 수도권보다는 주로 지방이었다”고 말했다. 또 “연휴 전 일부에서 우려했던 의료 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혼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의료 대란과 무관치 않은 안구 파열 사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18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중 안과 응급수술이 가능한 센터는 평소에도 75곳에 불과했는데, 연휴 중에는 42~45곳으로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추석 연휴 동안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계속됐다. 지난 14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산부가 양수 유출이 됐으나 6시간 이상 진료를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 구급대는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 인천, 제주 등 75개 병원에 이송을 요청한 후 간신히 청주의 산부인과에서 진료받을 수 있었다. 

 

“배후 진료과 위한 장기적 대책 없으면 붕괴” 


현장에서는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응급의학과 소속 교수는 “응급실 환자가 연휴 기간 잠깐 줄었다고 ‘문제없다’라고 말하게 웃긴 상황”이라며 “결국 배후 진료과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응급실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자기 부담금 인상으로 인해 응급실 내원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로 연휴 동안에 병원에 가지 않다가 연휴가 끝나고 증상이 악화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특히, 문제는 중증 환자가 자신을 경증으로 착각해 병원을 제때 찾지 않을 때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환자가 5%만 해도 엄청 많은 수인데 30% 이상이 줄었다는 건 국민이 아파도 (대형병원 가는 걸) 자제해서 생긴 효과”라며 “줄어든 30%가 다 중증은 아니겠지만 (일부는)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해 치명적인 문제, 후유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은 데이터상으로 잡히지 않는다. 아무도 책임질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 정상 진료로 응급실 쏠림 문제는 좋아지겠지만, 응급의료 역량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게 문제이다. 진짜 문제는 연휴 이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9~10일 전의교협 참여 수련병원 중 53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벌인 결과, 전공의 이탈에 따른 교대근무 체계 붕괴와 배후진료 약화로 ‘1인 근무’ 의료기관이 늘면서 응급실 진료역량이 평소보다 5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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