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존경받는 지도자

2011.01.07 17:05:03

윤명록 부국장/인천주재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브라질 국민들은 퇴임하는 그에게 87% 지지율을 보냈다. 세계 각국은 그의 퇴임을 ‘아름다운 퇴장’이라 불렀다. 그는 재임 기간 중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고 좌우를 모두 끌어안는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2014년에 다시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신은 한 사람에게 두 번 선물을 주지 않는다.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래서 그의 퇴임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퇴장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가지지 못할까? 퇴임할 때 아쉬워하고 퇴임 후에도 존경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한번도 가지지 못했다. 아쉬워하고 존경하기는커녕 재임 중에 수천억 원의 재산을 모아 퇴임한 후에도 “나의 전 재산은 19만원 밖에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뻔뻔스러운 대통령도 있다. 이렇게 볼 때 룰라 대통령은 행복한 대통령임에 틀림없고 그런 대통령을 가진 브라질 국민들 역시 행복한 국민임에 틀림없다.

나는 한문학이라는 전공이 특성상 중국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데 중국 여행에 느낀 강한 인상 주위 하나가 모택동(毛澤東)의 풍모였다. 사회주의자로서의 모택동이 남긴 업적 중에는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그가 중국 근대화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호남성에 있는 그의 생가(生家)에는 연일 수천 명의 사람이 찾아와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생가를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죽은 지 3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택시 운전석 앞에 그의 사진을 매달고 다니는 기사들이 많다. 모택동은 이제 존경의 차원을 넘어 신앙의 대상으로 추앙받고 있다.

중국 국민들은 왜 이토록 그를 못 잊어 하고 존경할까?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10억이 넘는 중국 인민들은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초석(礎石)을 놓았다는 데에 있겠지만 그것이 그가 존경받는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돌이켜 보면 박정희 대통령도 오늘날 경제발전의 토대로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인이 모택동을 존경하는 만큼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존경하지 않는다. 모택동은 다른 지도자들이 가지지 못한 그만의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나는 ‘인문정신(人文精神)’이라 부르고 싶다. 안휘성 마안산(馬鞍山)시의 ‘이백 기념관’에는 모택동이 쓴 이백의 ‘장진주(將進酒)’가 석각 되어 있고, 강서성 구강(九江) 시의 ‘비파정(琵琶亭)’의 장편시 ‘비파행’이 역시 모택동의 필치로 석가 되어 있다. 이 두 작품은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그가 직접 이곳을 방문하여 휘호를 남긴 데에서 그의 인간적인 풍모를 엿볼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 모택동의 필적이 남아있다. 또 자신이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자국의 문화 유적지를 찾아 느낀 감회를 직접 한시로 써서 남기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사회주의 혁명가가 아닌 따뜻한 시인이 체취가 서려있다. 흔히 ‘모택동체’라 불리는 특유의 활달한 붓놀림에는 그의 혁명가적 정열과 예술가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있는 듯하다.

브라질의 룰라나 중국의 모택동처럼 국민들이 존경할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인터넷팀 sisa@sisa-news.com
Copyright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05510)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11 (신천동) 한신빌딩 10층 TEL : (02)412-3228~9 | FAX : (02) 412-1425
창간발행인 겸 편집인 회장 강신한 | 대표 박성태 | 개인정보책임자 이경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정민 l 등록번호 : 서울 아,00280 | 등록일 : 2006-11-3 | 발행일 : 2006-11-3
Copyright ⓒ 1989 - 2024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sisa-news.com for more information
시사뉴스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