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사일과 한국미사일의 능력

2006.07.24 14:07:07

북한이 지지부진한 6자회담의 교착국면을 미사일발사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물론 다목적이다. 대내적으로는 선군정치의 기세를 올리고 어떤 외부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흐트러진 민심도 결속시켜 총체적인 난국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7기 발사는 당장 일본의 군사력 강화의 빌미를 줘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가져왔고, 미국의 강경노선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에 한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초기의 미숙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줬고, 일본의 선제공격론에 청와대가 직접 공박함으로써 북한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이 의도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 궁지에 빠지고 있다.
왜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어느 경우이든 5000만명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는 적절치 못한 태도였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7기는 당연히 한국의 전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가 있고, 그것도 3~4분 내에 도달할 수 있다. 어느 곳에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것이 마시일이기 때문에 각국은 각종의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한국에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대지(地對地), 공대공(空對空) 미사일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발사명령은 미8군사령관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은 300마일급이다. 한미간의 미사일 협정으로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일본의 군사강국화는 이전보다 훨씬 속도를 내게 되었다. 4척의 이지스함 잠수함과 군사위성정찰, 조기경보기, 단거리 및 장거리 미사일 수준에서 동북아시아의 군사력을 압도할 수 있는 무장력을 확보할 게 분명하다. 중국도 이미 산동반도에 한국의 전 지역을 사정거리로 한 미사일이 올해부터 배치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움직임을 포착했으면서도 민간비행기의 그 지역 영공통과를 방치하고, 미국의 야당 민주당의 선제공격론에는 침묵을 하면서도, 일본의 선제공격론에 열을 올릴 뿐, 방어용 미사일 개발에 노력하지 않는 태도로는 엄중해지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에서 한국안보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의 손발이 묶여있는 미사일 협정에 침묵하면서 한-미공조만 강조하거나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독도영유권 침범에 눈을 감고 한-일공조만을 되풀이하는 태도는 지극히 어리석은 짓이다. 주변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신들의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므로 우리 자신의 군사적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첫째, 북한의 미사일 돌파전략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오고 남북간의 인적 물적 교류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기 때문에 북한당국에 분명한 경고와 그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둘째, 일본의 군사강국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이 이를 용인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미사일협정에 묶여 있는 한국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수립하여 구체화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정부의 태도, 언론과 여론주도층의 언동을 보면서 정말 우리의 미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주민들은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데 정권안보를 위해 일본의 군사강국화의 명문을 만들어주는 북한, 5천만 명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정부의 미숙하고 안이한 대처, 때를 만난 듯이 한-미-일 안보균열을 부각시키고 한-미-일 동맹만 강조하는 외세의존형 지도층들, 군사적 상황이 엄중해지는 한반도 정세의 파장과는 무시하고 북한의 자주적 권리만을 두둔하는 균형을 잃은 일부 사회시민단체들….
한국의 안보는 우리 자신의 경제력 강화와 군사적 뒷받침이 있을 때만 국제적 공조도 힘을 받을 수 있고,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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