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하면 미친 짓?

2006.08.05 16:08:08

경기가 장기침체를 거듭하면서 영세상인과 자영업자들이 기진맥진 상태에 빠지고 있다. 부천의 중앙시장 골목에서 음식장사를 하는 왕년의 노동운동 투사도 파리를 날리고 있는 식당골목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제수치는 좋은데 서민경제가 나쁘다는 정부당국자 말에 분개하면서 가을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서 신바람을 찾을 수 없게 된 지 오래지만 요샌 아예 말조차 꺼내지 않는다. 사업을 정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각종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이거나 값싼 중국산 제품수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장기실업상태에 빠진 친구들은 자식의 혼사와 노후, 건강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고 집 식구들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잘 나가는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고 외국 다녀온 얘기가 화제가 되고, 자식들 외국유학과 혼사에 관심을 쏟는다. 중상층 입주자 근처의 상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정부와 공기업의 사정도 여전히 예전 그대로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일부 잘 나가는 수출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한국사회가 활기를 잃고 도전과 개척정신이 왕성하게 일어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한국경제와 한국사회의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나라의 지도층이 정략과 권력의 장악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이나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경제계, 구체적 대안도 없이 큰소리만 치는 시민사회단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지 오래됐다.
억지로 도전과 개척을 할 수는 없다. 꿈과 이상이 있어야 한다. 주5일제나 비정규직 문제를 지금처럼 무대책으로 내몰게 되면 일자리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면서 노동자의 삶의 질, 노동력을 향상시키려면 현실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마침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친구 한사람이 조그만 공장 준공식을 한다고 초청을 해서 충남 공주에 다녀왔다. 이 어려운 시기에 공장을 준공해 사람을 고용하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규모가 크지 않은 알루미늄부품의 원료를 생산해 조달하는 공장이어서 대부분 국산장비로 기계화가 돼 있었다. 사업전망은 생산품이 자동차 부품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 분야에서 수십 년 일해 온 친구의 경력으로 볼 때 너끈히 해나갈 듯 싶었다.
알루미늄판을 만드는 원료확보와 이 과정에서 현금거래가 관행이므로 현금확보가 사업의 관건이었다. 그래도 월말이 되면 모든 중소기업주들이 그렇듯 월급과 거래처 지불 때문에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고, 대기업을 받들어 모시고 그들의 구미를 맞춰야 할 뿐 아니라 상가 등 이고 전국에 밤 생산지로도 유명해 공장폐수나 유해물질 관리에도 전문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
거기에 공주시 사곡면은 마곡사라는 큰 사찰이 있을 정도로 청정지역이고 이번에 준공한 공장은 알루미늄 폐기물이나 재료를 모아 알루미늄 부품 재료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자원의 재활용산업이 되기도 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재활용품 수거체계의 정비와 유통의 현대화, 해외원료구입에 따른 환율 등도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요소는 사실 열악한 중소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요새 세상에 중소기업을 하겠다면 미친 짓이라는 소리가 실감 있게 들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세계 어느 나라이든 중소기업은 고용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흐름의 중추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을 불문하고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고용유지에 노력하고 있지만, 인접한 중국에서 값싼 제품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환경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회사를 정리하고 골프나 치고 다니면 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그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쳐야 한다면 미칠 필요가 있고, 미치는 열정 없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민영후 사장과 동업친구들의 건투를 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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