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마음의 병

2014.04.01 14:07:32

우리사회는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살에 대한 도덕적 인식은 보수적인 편이다. 물론 자살은 자살에 대한 가치관과 관계가 깊다. 하지만 자살이 나약한 정신력과 패배적 심리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살은 의학적 문제다.

누구는 80세가 넘어서 얼음 목욕을 해도 건강하지만 어떤 사람은 잠깐 찬 바람 쐬었다가 독감에 걸려 죽기도 한다. 체력이 약하다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반면, 마음이 약하다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마음은 그야말로 ‘마음먹기 따라’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오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마음의 작용 또한 화학 작용이다. 이 부분이 잘못 인식되면서 자살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살자 교통사고 환자 수와 비슷

  자살은 인간의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8대 사망 원인에 속할 만큼 자살 비율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살에 대한 의학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살이 국민적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살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과 연관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의학적인 부분에 있다는 것이 자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다. 질병으로 사람이 죽듯이, 자살 또한 정신적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 이홍식 박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자살률이 준 것도 모두 약제의 영향이다”고 말한다. 물론 자살의 원인은 명확한 답은 없다. 최근 자살 원인에 대한 의학적 답을 찾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긴 했지만 대부분은 가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의학적 작용들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계의 분석을 보면 자살이나 자살기도를 한 사람의 약 95%가 정신장애로 진단받고 있다. 그 중 우울증이 약 80%, 정신분열증이 10%, 그리고 기타 치매 또는 섬망상태가 5%다. 자살의 대표적인 원인병인 우울증 환자들은 실제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높으며, 우울증 환자가 실제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도 15%나 된다. 우울증 병력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자살자들의 죽음 직전의 상태를 조사해보면 우울증과 비슷한 상태에 빠져있었던 경향이 나타난다.

  세로토닌, 멜라토닌, 콜레스테롤 등 생체물질 관련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생체물질의 이상작용이다. 가을에 우울해지기 쉬운 것은 스산한 바람 때문이 아니라 세로토닌의 부족 때문이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뇌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도 감소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도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라토닌 분비기능이 남성에 비해 50%이상 느리기 때문에 분비량이 낮아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자살자의 뇌 척수액을 조사하면 세로토닌의 기능이 일반인의 경우보다 많이 떨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세라토닌 처방은 자살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을 것이다. 컬럼비아대 정신의학 교수인 존 맨 박사는 세로토닌이 들어있는 항우울제의 처방률의 증가와 함께 자살율이 낮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북유럽에 자살율이 높은 것도 일조량이 적어 세라토닌 분비가 적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또한 자살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마이클 스탠리 박사는 자살로 사망한 사람 19명과 다른 원인으로 죽은 19명의 송과선에서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자살자의 멜라토닌 수치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도 자살과의 연관관계가 거론됐다. 고려의대 안산병원 신경정신과 김용구 교수팀은 자살을 시도한 우울증환자 149명과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우울증환자 149명,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한대조군 251명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우울증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낮았다. 물론 우울증을 앓고 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았다. 특히 자살을 시도한 우울증 환자 가운데 극단적 방법을 택한 사람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낮았다.

이밖에 유전적 요인도 지적되고 있다. 쌍둥이에 대한 자살 연구를 보면 한 명이 자살한 후 나머지 한 명이 자살할 확률은 유전자가 완전히 같은 일란성이 11%로 유전자가 절반만 같은 이란성(2%)보다 높다. 학자들은 세로토닌 관련 유전자가 자살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정춘옥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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